옮긴 글/문 뒤의 일, 필립 K. 딕

문 뒤의 일, 필립 K. 딕, Beyond the Door, Phillip K. Dick, 1954

monglim 2016. 9. 6. 16:25

*원문 링크 http://www.feedbooks.com/book/3863/beyond-the-door

 



그날 밤, 저녁 식사 때 그는 그것을 꺼내와 그녀의 그릇 옆에 올려놓았다. 도리스는 손을 입에 갖다댄 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이게 뭐야?”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그를 올려다 보았다.

 

“글쎄, 열어봐.”

 

네모난 상자의 리본과 포장지를 날카로운 손톱으로 뜯어내는 도리스의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래리는 서서 그녀가 상자를 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담뱃불을 붙이고는 벽에 기대어 섰다.

 

“뻐꾸기 시계!” 도리스가 외쳤다. “우리 어머니가 갖고 있던 것 같은 진짜 옛날 뻐꾸기 시계네.” 그녀는 시계를 이리 저리 돌려보았다. “피트가 아직 살아있을 때,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거랑 똑같아.” 그녀의 눈에 눈물이 차올라 반짝거렸다.

 

“독일제야.” 래리가 말했다. 잠시 후 그가 덧붙였다. “칼이 도매가로 구해줬어. 아는 사람들 중에 시계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나 봐. 안 그랬으면 나는-” 그가 말을 멈추었다.

 

도리스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내 말은, 안 그랬으면 나는 그 시계를 사지 못했을 거라고.” 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 왜 그래? 원하던 대로 시계를 받았잖아, 안 그래? 원했던 게 그거 아니야?”

 

도리스는 손가락이 갈색 나무에 눌리도록 시계를 꼭 붙잡고 앉아있었다.

 

“글쎄,” 래리가 말했다. “뭐가 문제냐니까?”

 

그는 그녀가 벌떡 일어나 시계를 끌어안고 방을 뛰쳐나가는 것을 충격에 휩싸여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족을 모르지. 여자들이란. 언제나 뭔가 불만이야.”

 

그는 식탁에 앉아 식사를 마저 마쳤다.

 

그렇게 큰 뻐꾸기 시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수공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부드러운 나무에 작은 조각과 장식이 셀 수 없이 많이 세공 되어 있었다. 도리스는 침대에 앉아 눈물을 닦으며 시계 태엽을 감았다.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보며 시간을 맞췄다. 그녀는 바늘을 조심스럽게 돌려 현재 시각을 10시 2분 전으로 맞췄다. 그녀는 시계를 서랍장으로 가져가 위에 올려두었다.

 

그녀는 맞잡은 양 손을 무릎 위에 올려둔 채, 앉아서 기다렸다 - 뻐꾸기가 나오기를, 나와서 정각을 알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래리와 래리가 한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가 한 말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녀는 계속해서 그의 말에 휘둘리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스스로를 위해 맞서 줄 사람은 자신 밖에 없다.

 

그녀는 급하게 손수건을 눈가로 가져갔다. 그는 왜 그 말을 해야만 했을까, 도매가로 샀다는 말을? 그는 왜 모든 것을 망쳐버릴까? 그가 그렇게 생각했으면 처음부터 사오지 않았으면 되는 일이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정말 못됐다. 정말이지 못돼 쳐먹었다.

 

그러나 그녀는 저기 혼자 앉아 째깍째깍 가고 있는, 재미있는 장식과 문이 달린 시계는 마음에 들었다. 문 안에는 뻐꾸기가 나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기울이고 듣고 있을까? 시계가 정각을 쳐서 그가 나올 시간을 알려주길,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걸까?

 

그는 매 시 사이에 잠을 잘까? 곧 만날 것이니, 직접 물어보면 되리라. 그리고 밥에게 시계를 보여주어야겠다. 그는 분명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 밥은 오래된 것들을 좋아했다. 심지어 오래된 우표나 단추 같은 것들도 좋아했다. 그는 그녀와 골동품 가게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물론 그건 조금 어색한 일이었지만, 래리가 항상 사무실에 있다는 게 도움이 됐다. 래리가 가끔 전화하지만 않았더라면-

 

기어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시계는 부르르 떨더니 한번에 문이 열렸다. 뻐꾸기는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왔다. 그는 잠시 멈추어 엄숙한 태도로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와 방과 방 안의 가구들을 세세히 훑어보았다.

 

바로 지금이 그가 그녀를 처음 본 순간임을 깨닫고, 그녀는 만족감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일어나, 수줍게 그에게 다가갔다.

“계속해.” 그녀가 말했다. “기다리고 있어.”

 

뻐꾸기가 부리를 열었다. 그는 빠르고 리듬감 있게 빙그르르 돌며 뻐꾹뻐꾹 울었다. 그러고 난 뒤 잠시 가만히 쉬더니,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뒤따라 문이 탁 하고 닫혔다.

 

그녀는 매우 기뻤다. 그녀는 양손을 맞잡고 작은 원을 그리며 돌았다. 그는 훌륭했다, 완벽했다! 그가 주변을 돌아보고, 그녀를 자세히 뜯어보고, 판단하던 그 태도. 그는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확신했다. 그리고 물론, 그녀는 그에게 한 눈에 완전히 반해 버렸다. 그는 그 작은 문으로 나오길 고대하며 상상하던 바로 그 모습 그대로였다.

 

도리스는 시계로 다가갔다. 그녀는 작은 문을 향해 허리를 굽혀, 입술을 나무 근처로 가져갔다. “내 말 들려?”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뻐꾸기라고 생각해.” 그녀는 쑥스러움에 잠시 숨을 골랐다. “이 곳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고개를 꼿꼿히 들고, 다시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래리와 뻐꾸기 시계는 처음부터 잘 어울리지 못했다. 도리스는 그가 태엽을 제대로 감아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시계는 태엽이 반만 감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래리는 태엽 감는 일을 그녀에게 맡겼다. 뻐꾸기는 15분마다 나와서 거침 없이 스프링을 풀었고, 누군가가 끊임없이 태엽을 감아주어야 했다.

 

도리스는 그 일에 최선을 다했지만, 꽤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그러면 래리는 과장되게 지친 태도로 읽던 신문을 던져 내려놓고는 일어났다. 그러고는 벽난로 위의 벽에 시계가 걸려있는 식당으로 갔다. 그는 시계를 내려 엄지로 작은 문을 잘 눌러 막고는 태엽을 감았다.

 

“왜 엄지로 문을 막아?” 한 번은 도리스가 이렇게 물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그녀가 눈썹을 치켜 들었다. “확실해? 그냥 당신이 가까이 있을 때 뻐꾸기가 안 나오길 바라는 것 같은데.”

 

“내가 왜?”

 

“뻐꾸기가 무서운가 보지.”

 

래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시계를 다시 벽에 걸고 조심스럽게 엄지를 뗐다. 도리스가 보고 있지 않을 때 그는 자신의 엄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엄지의 부드러운 부분에 파인 자국이 아직 남아있었다. 누가 - 아니면 무엇이 - 그를 쪼은 것일까?

 

 


 

 

어느 토요일 아침, 래리가 중요한 특별 고객들 몇몇에 대한 일로 사무실에 가 있을 때, 밥 챔버스가 앞문으로 와 초인종을 눌렀다.

 

도리스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을 말리고 가운을 둘렀다. 그녀가 문을 열자 밥이 씩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괜찮아. 래리는 사무실에 갔어.”

 

“잘됐네.” 밥은 가운의 단 밑으로 드러난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바라보았다. “오늘 정말 예뻐 보여.”

 

그녀가 웃었다. “조심해! 안으로 안 들여 줄까 보다”

 

그들은 반 쯤 웃으며, 반 쯤 긴장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밥이 말했다. “그러면, 나는-”

 

“아니, 농담이잖아.” 그녀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문이나 닫게 현관에서 들어와. 피터스 부인이 맞은편에 사는 거 알잖아.”

 

그녀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그녀가 말했다. “처음 보여주는거야.”

 

그가 관심을 보였다. “골동품? 아니면 다른 것?”

 

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식당으로 이끌었다.

 

“분명 좋아할 거야, 바비.” 그녀가 눈을 크게 뜬 채 멈춰 섰다. “그랬으면 좋겠어. 꼭 그래야 해. 꼭 좋아해야 해. 그건 나한테 정말 소중한 거야-그는 정말 소중해.”

 

“그?” 밥이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누구야?”

 

도리스가 웃었다. “질투하는구나! 와봐.” 잠시 후 그들은 시계 앞에 서서, 그것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제 몇 분 뒤면 그가 나올거야. 기대해도 좋아. 둘은 정말 잘 지낼거야 분명히.”

 

“래리는 그를 어떻게 생각해?”

 

“서로 안 좋아해. 어쩔 때는 래리가 있으면 안 나오려고 해. 래리는 그가 시간 맞춰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내. 그가 말하길-”

 

“그가 말하길 뭐?”

 

도리스는 아래를 보았다. “그는 맨날 자기가 사기 당한 거라고 말해. 도매가로 샀으면서.” 그녀는 다시 밝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뻐꾸기는 그냥 래리가 싫어서 안 나오는 거야. 나 혼자 있으면 날 위해 잘만 나와줘, 15분마다. 사실 한 시간 마다 나와도 되는데도 말이야.

 

그녀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기가 좋아서 나를 위해 나와 주는 거야. 우리는 대화를 나눠. 나는 여러 이야기들을 그에게 들려줘. 물론 나는 그를 위층 내 방에 두고 싶지만, 그건 옳지 않겠지.”

 

현관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래리가 끙끙대며 앞문을 열었다. 그는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밥을 발견했다.

 

“챔버스, 깜짝이야.” 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도리스는 어쩔 줄 몰라하며 가운을 감싸 안고 뒤로 물러섰다.

 

“저는-” 밥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는 말을 멈추고 도리스를 힐끗 바라보았다. 갑자기 시계의 기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뻐꾸기가 튀어 나와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래리는 그의 근처로 다가갔다.

 

“저 소음 좀 꺼.” 그가 말했다. 그는 시계를 향해 주먹을 들었다. 뻐꾸기는 뚝 하고 울음을 그치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좀 낫군.” 래리는 함께 조용히 서 있는 도리스와 밥을 뜯어보았다.

 

“저는 시계를 보러 왔어요.” 밥이 말했다. “도리스가 이게 귀한 골동품이라고, 그리고-”

 

“헛소리. 내가 샀는데.” 래리가 그에게 다가갔다. “여기서 나가요.” 그가 도리스를 돌아보았다. “당신도 가. 그리고 저 망할 시계도 가져가.”

 

그는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멈추어 섰다. “아니야. 시계는 여기 둬. 그건 내 거야. 내가 내 돈 주고 산 거야.”

 

도리스가 떠난 뒤 몇 주 동안, 래리와 뻐꾸기 시계는 이전보다 사이가 더 나빠졌다. 일단, 뻐꾸기는 안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바빠야 할 열두 시에도 나오지 않기도 했다. 그리고 나왔을 때에도, 절대 정확한 숫자대로 울지 않고 한 두 번만 울고는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어딘가 언짢은 듯한, 비협조적인 톤이었고, 그 거슬리는 소리는 래리를 불편하고 약간 화가 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태엽을 감았다. 집이 너무 조용했고, 누군가 돌아다니는 소리, 말하는 소리,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그를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시계 기어 돌아가는 소리마저 좋게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뻐꾸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가끔 뻐꾸기에게 말을 걸었다.

 

“들어봐.” 그가 어느 늦은 밤 닫힌 문에 대고 말했다. “내 말 들리는 거 알아. 나는 널 다시 독일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생각해. 검은숲[각주:1]으로 말이야.” 그가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 둘 말이야. 그 책하고 골동품 좋아하는 젊은 애송이놈. 남자라면 골동품에 관심을 가지는 게 아니야. 그런 건 여자들이 좋아하는 거지.”

 

그가 이를 악물었다. “그렇지 않아?”

 

시계는 말이 없었다. 래리는 그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지 않냐고?” 그가 강요했다. “뭐라도 할 말 없어?” 그는 시계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시간은 거의 열한 시로, 정각이 되기 불과 몇 초 전이었다. “좋아. 열한 시까지 기다리지. 그런 다음 네가 할 말을 들어봐야겠다. 너 도리스가 떠나고 지난 몇 주 동안 계속 조용했잖아.”

 

그가 빈정거리는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떠나서 이 곳이 싫은가보지.” 그가 인상을 썼다. “어쨌든, 널 산 건 나야. 그러니까 네가 좋든 말든 넌 나와야 돼. 알겠어?”

 

열한 시가 되었다. 저 멀리, 마을 끝에 위치한 시계탑은 졸린 듯한 소리로 혼자 울렸다. 그러나 작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일 분이 지나도록 뻐꾸기는 움직임이 없었다. 그는 문 뒤 시계 안 어딘가에, 침묵과 부동의 자세를 하고 숨어 있었다.

 

“좋아, 네 기분이 그렇다면.” 래리가 입술을 비틀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건 불공평해. 나오는 게 네 일이야. 우리는 모두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산다고.”

 

그는 좋지 않은 기분으로 부엌으로 들어가 크고 빛나는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그는 술 한 잔을 따르며 시계에 대해 생각했다.

 

이건 의문의 여지가 없는 문제였다 - 뻐꾸기는 도리스가 있든 없든 나와야 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그녀를 좋아했다. 그 둘은 사이가 좋았다. 그는 아마 밥도 좋아했을 것이다 - 아마 밥을 잘 알게 되었을 정도로 자주 봤을 것이다. 그들은 꽤 행복한 가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밥과 도리스와 뻐꾸기, 그 셋은.

 

래리는 잔을 비웠다. 그는 싱크대 아래의 선반을 열어 망치를 꺼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 것을 식당으로 가지고 갔다. 시계는 벽에 걸린 채 부드럽게 째깍거리고 있었다.

 

“이거 봐" 그가 망치를 흔들며 말했다. “내가 여기 가지고 있는 거 보여? 내가 이걸로 뭘 할 것 같아? 나는 너부터 시작할 거야.” 그가 미소 지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그게 너희들이야. 너희 셋은.”

 

방은 조용했다.

 

“그래서 나올 거야? 아니면 내가 들어가서 널 잡아야 하니?”

 

시계가 약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너 그 안에 있는 거 들려. 너 해야 할 말 많잖아, 삼주어치나 된다고. 내가 계산하기로는, 너는 나한테-”

 

문이 열렸다. 뻐꾸기는 빠른 속도로, 그를 겨냥해 튀어나왔다. 래리는 생각에 잠겨 눈썹을 찌푸린 채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위를 슬쩍 올려다보았을 때, 뻐꾸기는 그의 눈을 정확히 맞추었다. 그와 그가 들고 있던 망치와 그가 앉아있던 의자 모두 아래로 쓰러졌고, 우당탕 소리와 함께 바닥에 부딪혔다. 잠시 동안 뻐꾸기는 작은 몸을 꼿꼿하게 세운 채 멈추어 있었다. 그런 다음 다시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문이 탁 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혔다.

 

남자는 머리가 한쪽으로 구부러진 채, 그로테스크한 자세로 바닥에 누워있었다.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었다. 방안은 시계가 째깍 거리는 소리 외에는 완벽한 침묵 속에 잠겨 있었다.

 

 


 

 

“그렇군요.” 도리스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밥은 그녀에게 팔을 둘러 그녀를 진정 시켰다.

 

“의사 선생님" 밥이 말했다.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의사가 말했다.

 

“저렇게 낮은 의자에서 떨어져서 목이 부러지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별로 높은 거리가 아닌데. 이게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이게 다른 가능성도 있는지-”

 

“자살 말인가요?” 의사가 턱을 문질렀다. “이런 식으로 자살한 사람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요. 이건 사고에요. 확실합니다.”

 

“자살을 말한 게 아니었어요.” 밥이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숨죽인 채 중얼거렸다. “다른 가능성을 말한 거였어요.”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 검은 숲은 슈바르츠발트라는 독일 남서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숲과 산악 지역을 부르는 별칭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