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g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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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 (아보카도) 뿌리 내리기적은 글 2020. 5. 12. 09:04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외로움은 찾아온다. 익숙한 공간에서도 그러한데, 낯선 타지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특히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곳에 고립되어 있다면. 이십 대 후반의 나는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모험이 주는 두려움보다 반복되는 일상의 무료함을 더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삼 년이 조금 넘게 다니던 첫 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연고가 없는 베이징으로 떠나기로 한 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놀랍고 조금 이상하기도 한 일일지 모르나 내게는 꽤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언젠가 한 번은 서울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 (여행보다는 긴 호흡으로) 자리 잡고 살아볼 생각이었고 마침 기회가 베이징에서 날 불렀을 뿐이었다. 중국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 심지어는 중국에 짧은 여행조차 가보지 않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