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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 글: 저작권이 풀린 영문 단편들을 번역합니다. 적은 글: 짧은 글을 씁니다. monglim.work@gmail.com

  • 눈 안의 진실, 제임스 맥키미 주니어, The Eyes Have It, James McKimmey Jr., 1953
    옮긴 글/눈 안의 진실, 제임스 맥키미 주니어 2016. 11. 16. 10:40

     

    *링크: http://archive.org/stream/theeyeshaveit30438gut/30438.txt

     

     

     

    조세프 하이델은 시가에서 짙게 피어오르는 연기로 시선을 가린 채, 테이블에 둘러앉은 다섯 남자를 천천히 뜯어보았다. 큰 덩치의 남자로, 숱이 빽빽한 반-회색 반-금발의 머리는 짧게 깎은 반삭발이었다. 세 달 후면 쉰두 살이 되지만 얼굴과 몸은 그보다 열다섯 살은 더 젊어 보였다. 그는 점령된 행성인 화성의 가장 높은 자리, 최고위원회의 대통령으로 화성에서 거주한 6년 중 4년을 보직했다. 그는 한 명 한 명 얼굴을 살피며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을 두드려 작은 드럼 롤 같은 소리를 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지구에서 고르고 시험을 거쳐 선발한 화성 정부의 핵심을 이루는 다섯 명의 최고 임원이었다.

     

    하이델은 밝고 가는 눈을 깜빡이며 손은 계속해서 테이블을 두드렸다. 누구일까? 이 중에서 사기꾼, 침입자는 누구인가? 대체 누가 화성인인 걸까?

     

    새들러의 쉰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오늘은 정기 회의가 아닌가요, 대통령님?

     

    하이델은 시가를 들어 올려 이 사이에 물었다. 그는 새들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니, 새들러, 아니에요. 매우 중대한 특별 회의지요.

    그는 시가를 입에 문 채씩 웃었다.

    “이건 양의 탈을 벗겨 늑대를 찾기 위한 회의예요.

     

    하이델은 다섯 명의 얼굴을 살폈다. 새들러, 미한, 로크, 포브스, 클라크. 그중 하나. 누구일까?

     

    해리 로크가 말했다.

    “제가 오늘 이해력이 딸리나 봅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당연합니다.

    하이델은 여전히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설명하죠.

    그는 순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고 근육이 긴장해서, 살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머리는 팽팽 돌아갔고 혀는 매끄럽게 말을 술술 뱉었다. 이러한 상황은 하이델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긴장감이 가득한, 팽팽하고 드라마틱한 순간 말이다.

     

    하이델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된 겁니다. 짧고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그는 재떨이에 시가를 갖다 대면서, 반짝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빛나는 시가 끝 담뱃재가 뭉개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여러분, 우리 중에 침입자가 있습니다. 스파이 말입니다.

     

    그는 탁자에 기댄 몸에 긴장을 유지한 채, 그 말을 받아들일 시간을 충분히 주며 기다렸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뒤로 기댔다.

    “오늘 밤 저는 이 침입자를 밝혀낼 계획입니다. 지금 여기, 바로 이 자리에서요.

    그는 정체를 드러내는 근육의 떨림, 손의 움직임, 눈빛의 변화 등을 찾아내기 위해 다시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눈 앞에는 평소와 같은 모습의 새들러, 미한, 로크, 포브스, 클라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예의 바르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우리 중에 한 명이라고요. 클라크가 질문도 긍정도 하지 않고 애매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이델이 말했다.

     

    그건 좀 문제네요. 포브스가 희미한 웃음을 띈 채 말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하군요 포브스. 전혀 모르는 말투예요. 하이델이 말했다.

     

    “가볍게 말하려던 건 아니었습니다. 포브스가 입가의 미소를 지우고 말했다.

     

    “그렇겠죠. 하이델이 말했다.

     

    에드워드 클라크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대통령님, 그럼 이 사실이 어떻게 발견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최고위원회 중 한 명으로 좁혀졌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하이델이 활기차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겪어온 문제들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죠. 다들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문제들이 어떻게 발생했는지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들 <선교단 사건> 기억하죠?

     

    “저희가 동쪽 산업지구를 개종시키려고 했을 때요?

     

    “맞아요. 끔찍한 대학살이었어요. 하이델이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잔학했죠. 존 미한이 동의했다.

     

    “67명의 선교자들을 잃었어요. 하이델이 말했다.

     

    “화성인들이 보낸 사과문이 기억나네요. 우리는 지난 이십만 년간 우리의 신을 섬겨왔습니다. 계속해서 그렇게 하기를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독하게 뻔뻔했죠, 안 그래요? 포브스가 말했다.

     

    상관없는 문제예요. 하이델이 급작스럽게 말했다.

    “요지는 그 67명이 선교단이었다는 것을 저와 여러분 말고는 아무도 몰랐다는 거예요.

     

    하이델은 그의 앞에 앉아있는 이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이건 다른 사건이에요. 우리가 자유 선택’을 불법화했을 때 기억하나요?

     

    “역시 잔학한 사건이었죠.

     

    하이델이 말했다.

    “그때는 4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어요. 48명의 명예로운 개척자들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 행성의 커플들을 결혼시킬 자격을 가지고, 끔찍한 사랑의 자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성 곳곳으로 파견되었죠.

     

    “48명의 평화 사절단이 낚아 올린 고기처럼 죽임을 당했죠. 포브스가 말했다.

     

    “그때의 사과문은 기억하고 있나요? 하이델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살짝 날이 서 있었다. 그는 포브스의 눈빛을 관찰했다.

     

    포브스가 그의 시선을 흔들림 없이 받으며 말했다.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들의 방식으로 사랑하세요,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사랑합니다. 끔찍한 독설이었어요, 그렇죠?

    하이델이 말했다.

    “끔찍했죠. 하지만 이 또한 상관없는 문제예요. 다시 요지는, 여기 앉은 여섯 명 말고는 그 48명의 사람들이 무슨 일로 파견되었는지 아무도 몰랐다는 겁니다.

     

    하이델은 몸을 일으켜 앉았다. 포브스의 느리고 새된 목소리가 이 상황의 긴장감을 약간 누그러뜨린 감이 있었다. 하이델은 그들이 이야기에 완벽히 집중해서, 그가 준비된 행동을 실행했을 때 효과가 매우 날카롭고 설득력 있게 발휘되길 바랐다.

     

    그는 말을 이었다.

    “다른 사건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에요. 다들 잘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자유 언론, 실용 예술관, 화성인의 날, 레슬링 등등을 전파하려고 했을 때 말이죠.

     

    포브스가 말했다.

    “그 레슬링 사업은 정말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화성인들이 레슬링 선수를 노란색 제트 모빌에 태우고 거리를 달렸었죠. 목에는 꽃목걸이를 두르고 머리에는 왕관을 쓰고 있었죠. 물론 죽은 상태였고요. 제 기억엔 박제된 것 같았는데…”

     

    하이델이 말을 가로막았다.

    “그만하면 됐어요. 우리가 화성인들에게 문명을 통해 발전할 기회를 주려고 할 때마다, 그들은 싹이 트기도 전에 전부 잘라내 버렸어요. 그건 최고 위원회에서 누군가가 사전에 발설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아주 간단한 추론을 통해 내린 결론이에요. 오늘 밤 이 곳에 모인 사람들 중 한 명이 원인의 제공자입니다. 나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혀낼 생각이에요.

    하이델의 낮고 활발한 목소리가 넓은 식당에 울려 퍼졌다.

     

    다섯 남자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포브스는 긴 팔을 팔짱을 끼고 앉아 있었다. 새들러는 자기 손톱을 보고 있었다. 미한은 차분하게 눈을 깜박였다. 클라크는 두 엄지를 빙빙 돌렸다. 로크는 손에 든 담배를 살폈다.

     

    “케시트! 하이델이 불렀다.

     

    검은 집사 유니폼 차림을 한 회색 머리 남자가 나타났다.

     

    “준비한 와인 좀 가져와주세요.

    하이델이 말했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져, 사이로 이가 드러나 보였다. 집사는 순서대로 자리를 돌며 은 디켄터에서 와인을 따랐다.

     

    집사가 와인을 전부 따르자 하이델이 말했다.

    “자 그러면, 케시트, 벽난로 선반에 있는 저 작은 권총을 좀 건네주겠어요?

    하이델은 이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다시 상황은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방해 없이 순서대로 일이 잘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는 노인의 손에서 권총을 건네받았다.

    “하나만 더요, 케시트. 테이블 위 양초에 불을 붙이고 방의 다른 불들은 다 꺼주겠어요? 내가 워낙 낭만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서.

    하이델이 테이블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와인에는 촛불이죠.

     

    “오, 아주 좋네요. 로크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네요. 포브스가 말했다.

     

    하이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사가 촛불을 붙이고 천장 등을 끄기를 기다렸다. 집사가 조용히 문을 닫고 방을 나가자 탁자 위 노란 불꽃이 일렁거렸다.

     

    하이델은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자, 그러면 시작할까요. 여러분, 이건 20세기 골동품의 모조품이에요. 실제로 작동하는 모조품이죠. 내 기억이 맞다면 모델명은 P-38이었을 거예요.

    그는 빛나는 검은 손잡이와 푸른 몸통에 촛불이 비치도록 총을 들어 올렸다.

     

    다섯은 하이델의 손에 든 총을 바라보기 위해 몸을 앞으로 뻗어 의례적인 감상을 웅얼거렸다.

     

    “투박하네요. 새들러가 말했다.

     

    “하지만 어딘가 사악한 느낌이 있어요. 포브스가 더했다.

     

    하이델이 말했다.

    “덧붙이자면, 나는 이런 작은 총기를 수집만 하는 게 아니라 꽤 능숙하게 다룰 줄도 안답니다. 곧 시범을 보이도록 하지요.

    그가 씩 웃으며 덧붙였다.

     

    “그렇습니까. 미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미있겠네요. 포브스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하이델이 말했다.

    “저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여러분, 여기에 주목하세요”

     

    그는 권총의 차개를 눌러 검은 탄창이 그의 반대쪽 손으로 미끄러져 나오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총알을 다섯 개만 넣은 것이 보일 겁니다. 딱 다섯 개요. 보입니까?

     

    그들은 눈을 깜박이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좋습니다.

    하이델이 탄창을 다시 총의 그립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그는 흥분으로 입술이 구부러지며 미소 짓는 것을 막을 수 없었지만, 손은 차갑게 가라앉은 대담한 정신을 보여주듯 전혀 떨림이 없었다.

     

    다섯 명의 남자들은 다시 뒤로 기대앉았다.

     

    그가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말했다.

    “자 그럼, 미한, 테이블 끝이 비도록 약간 왼쪽으로 비켜주겠어요?

     

    미한이 말했다.

    “저요? 네, 물론이죠.

    그는 다른 이들을 보고 씩 웃었고, 미한이 왼쪽으로 의자를 밀어 옮기자 즐거운 분위기가 퍼졌다.

     

    하이델이 말했다.

    “그래요. 이게 다 뭐하는 짓인가 싶을 거예요. 하지만 몇 분만 있으면 여기 모인 사람들 중 누가 화성인인지 알아낼 겁니다. 그건 확실히 말해두죠!

    그의 커진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고, 그는 탁 소리를 내며 빛나는 권총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방은 소리 없는 침묵에 잠겼고 하이델은 미소를 되찾았다.

    “좋아요, 그럼 이제 더 설명하도록 하죠. 우리 연구실의 수장이었던 킹리 박사가 며칠 전 돌아가시기 전에, 굉장히 특이한 발견을 하나 했어요. 알다시피, 지금까지 지구인과 화성인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발견되지 않았었죠. 그러니까, 킹리 박사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하이델은 주변의 얼굴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는 말을 이었다.

    “바로 이렇게 된 겁니다. 킹리 박사는…”

     

    그는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짐짓 놀란 연기를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러분,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우리 와인을 마시면서 이야기하죠. 아주 훌륭한 포트 와인이에요. 굉장히 오래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럼 모두 잔을 들까요?

    그는 잔을 들어 올렸다.

     

    다섯 개의 유리잔이 촛불을 받아 어른거렸다.

    “자 그러면, 우리 중에 숨어있는 더러운 화성인을 성공적으로 밝혀내는 것을 기원하며 건배할까요?

    하이델은 짧게 미소를 보이고는 잔의 사분의 일을 비웠다.

     

    다섯 개의 잔이 기울었다가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그들은 다시 침묵 속에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하이델은 스스로의 목소리에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었다.

    “킹리 박사는 유기된 화성인 한 명을 해부하는 과정에서 꽤나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죄송합니다만, 해부라고 하셨나요? 포브스가 말했다.

     

    그래요, 하이델이 답했다.

    “우리는 종종 해부를 진행했죠. 지구에서 내려온 명령에 따른 것은 아니었지요. 이해하겠지만…”

    윙크했다.

    “때로는 약간의 위법이 필요할 때도 있지요.

     

    “그렇군요. 저는 몰라서 물었을 뿐입니다. 포브스가 말했다.

     

    “네, 당연히 몰랐겠죠, 그렇죠?

    하이델이 포브스를 자세히 뜯어보며 말했다.

    “어쨌든, 신체 조직의 부패를 막아 해부 시간을 길게 확보하기 위해 킹리 박사가 개발한 보존 용액이 있었습니다. 이 용액은 혈관으로 주입되었고…”

     

    “다시 한번 죄송하지만, 혈관이라고 하셨나요? 포브스가 물었다.

     

    하이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건 시체가 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했겠죠?

     

    포브스가 다시 몸을 뒤로 기대며 말했다.

    “네, 그렇겠네요. 해부를 위해 그놈을 살인했다는 거죠?

     

    하이델이 권총에 손가락을 감았다.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포브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하이델이 드디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 설명하자면, 킹리 박사가 이 용액을 주입했고, 그러자… 그러니까, 어쨌든, 그가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을 때는 밤이었습니다. 그의 연구실은 불 하나 없이 깜깜했죠. 이해를 돕기 위해 자세히 이야기하는 겁니다, 여러분. 시체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어요. 그리고 불을 켜기 전에, 킹리 박사는 죽은 화성인의 눈이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뜨겁게 달궈진 석탄처럼 빛나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이상하네요. 새들러가 감정 변화 없이 말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요. 클라크가 말했다.

     

    하이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중요한 건, 킹리 박사가 바로 그때 화성인과 지구인의 차이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그 차이는 바로 눈이었어요. 그 용액이 안구의 세포막과 화학적인 반응을 일으켜서 마치 전깃불처럼 밝아진 것입니다. 킹리 박사가 안구를 해부했을 때 더 발견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우리가 알아야 할 건 화성인의 안구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물질로 이뤄졌다는 걸로 충분합니다. 적어도, 우리 다섯과는 그렇다고 말해야겠군요.

     

    그의 미소가 희미하게 빛났다. 그는 이 일을 정확하고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고,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섯째 사람이 주인공입니다. 독 안에 든 쥐라고 해야 할까요. 몇 초 후면 저는 그 쥐를 잡고야 말 겁니다.

     

    그는 탁자에 올려둔 권총을 들어 올렸다.

    “아까 여러분께 말했다시피, 저는 이 무기를 꽤 능숙하게 다룰 줄 압니다.

    그러니까, 백발백중이라는 말이죠. 그리고 바로 여러분 눈 앞에서 시범을 보이려고 합니다.

    그는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살폈다.

     

    “미한이 비켜주고 나니 제 앞에 테이블은 완전히 비었습니다. 나무 인테리어에 약간의 납이 더해진다 해서 방이 크게 훼손되어 보일 것 같지는 않은데. 안 그래요 포브스?

     

    포브스는 움직임 없이 앉아있었다.

    “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님.

     

    “좋습니다. 왜냐하면 이 테이블 가운데에 놓여있는 촛불 네 개의 심지를 쏴서 불을 끄려고 하거든요. 내 말 듣고 있죠, 여러분? 로크? 미한? 새들러?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어질 말도 이미 예상하고 있겠군요. 마지막 촛불이 꺼지면 우리는 완전한 어둠 속에 있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는 독 안에 든 화성인이 누구인지 찾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왜냐하면, 사실은,

    하이델이 뜸을 들이며 말했다.

    “우리가 마신 이 와인에 킹리 박사의 보존 용액을 미리 더해 놓았거든요. 무미 무해한 용액입니다. 그러니까, 이 방의 단 한 명의 사람에게는 아니지만.

     

    하이델이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길 빌어야겠네요. 왜냐하면 기억하다시피, 권총의 탄창에 다섯 개의 총알을 넣어두었거든요. 네 개는 촛불을 끄는 데 쓰고, 한 개는 마지막 촛불이 꺼졌을 때 눈에 불이 켜지는 화성놈의 뇌에 박힐 거예요.

     

    초의 불꽃이 일렁거렸고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이델은 이 순간을 즐기며 말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계속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건배를 한 번 더 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가 잔을 들었다.

    “다섯 번째 총알을 맞는 자가 지옥으로 직행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여러분. 잔 비우세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유리잔이 비워지고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잘 보세요.

    하이델은 이렇게 말하고 권총을 들었다. 그는 첫 번째 양초를 겨누었다. 방아쇠는 그의 손 끝에서 팽팽하게 당겨졌고, 커다란 폭발음이 방 안을 울렸다.

     

    “하나. 하이델이 말했다.

     

    그는 다음 양초를 겨누었다. 다시 폭발음.

     

    “둘, 실력이 나쁘지 않죠? 하이델이 말했다.

     

    “오, 네. 샌델이 말했다.

     

    “정말로요. 포브스가 말했다.

     

    “다시, 하이델이 말했다. 세 번째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그가 총구를 마지막 촛불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군요. 안 그래요, 여러분? 이 불이 꺼지는 순간, 우리 중 한 명은 빛나는 눈 사이에 총알이 박히고 말겠네요. 준비됐습니까?

     

    그는 한쪽 눈을 찡그리며 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방아쇠를 당겼고,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방이 암흑으로 덮였다. 하이델은 테이블 위로 권총을 든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침묵.

     

    포브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음. 다 끝났네요. 서프라이즈. 그렇죠?

     

    하이델은 권총을 똑바로 들었고, 그의 근처에서 빛나는 다섯 쌍의 눈을 보며 검은 총구를 쥔 손에 땀이 고이는 것을 느꼈다.

     

    “충격이 좀 있겠네. 우리 다섯 명의 진실을 발견하다니. 포브스가 말했다.

     

    하이델이 입술을 적셨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포브스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한 명을 심는 거나 다섯을 심는 거나 쉽기는 매한가지야. 지구로 돌아가는 개척자들이 탄 로켓에 대신 화성인을 태우는 거지. 가서 공부하고, 관찰하고, 배우고. 여기저기 기록들 손 보고. 서류를 위조하고, 사진을 교체하고, 뭐 그런 것들이지. 알다시피 여기랑 지구랑 통신이 잘 안되니까. 별로 어렵지 않았어.

     

    “한 명이라도 보낼 수 있어. 하이델이 여전히 권총을 꽉 쥐어 겨눈 채 말했다.

     

    포브스가 말했다.

    “뭐, 불가능하지는 않지. 하지만 딱 한 명뿐이야. 당신을 겨누고 있는 총은 세 개야. 우리는 환한 대낮처럼 당신이 아주 잘 보여. 그 총이 조금이라도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당신은 저승으로 가는 거야.

     

    하이델이 급작스럽게 말했다.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지? 대체 왜? 화성인들을 위해서 그 많은 것들을 했는데. 우리는 자유와 문화, 그리고 지식을 나누어 주려고 했다고…”

     

    “우리는 당신들의 레슬링 선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포브스 말했다.

     

    하이델의 콧구멍이 벌름거렸고, 그는 갑자기 권총을 휘둘렀다. 찢어지는 폭발음이 난 뒤 침묵이 뒤따랐다.

     

    “됐어. 마지막 총알은 쏘지 못한 것 같아. 포브스가 말했다.

     

    “괜찮아, 그럼? 미한이 총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오, 물론이지! 꽤나 드라마틱했어, 안 그래?

     

    “심장이 쫄깃했지. 로크가 동의했다.

     

    포브스가 의자를 돌리며 소리쳤다. 케시트!

     

    집사는 문을 열어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잠시 머뭇거리며 불을 켜려고 스위치를 찾았다.

     

    “됐어요, 됐어요, 불은 상관없어요. 부탁인데 이 쪽으로 좀 와주겠어요? 포브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집사가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갔다.

     

    “괜찮아요. 대통령은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어요, 케시트. 그 와인 한 잔 씩 더 따라주시겠어요? 그 포트 진짜 맛있던데, 안 그래? 포브스가 말했다.

     

    동의하는 목소리로 방이 웅성거렸다. 집사는 어둠 속에서도 문제없이 정확하게 움직이며 은 디켄터를 들어 잔을 채웠다.

     

    “건배. 포브스가 말했다.

     

    “건배.나머지도 잔을 부딪히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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