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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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형, 필립 K. 딕, Second Variety, Philip K. Dick, 1953
*원문 링크: www.gutenberg.org/files/32032/32032-h/32032-h.htm 집게란 존재들은 태초부터 유해했다.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작고 고약한 살인 로봇. 하지만 그들이 창조자를 흉내내기 시작한 순간, 인류는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찾아야 할 때가 왔다. 그게 가능한 일이라면! 러시아 병사는 언제든 발사할 준비가 된 총을 들고 황폐한 언덕을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그는 마른 입술을 축이며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가끔씩 목에 흐른 땀을 닦고 코트의 깃을 내리기 위해 장갑 낀 손을 올렸다. 에릭은 리온 하사에게 말했다. "직접 하실래요? 아니면 제가 할까요?" 그는 모니터를 조정해 러시아인의 얼굴이 화면을 채우도록 만들었다. 화면 위의 선이 그의 날카롭고 침울한 이목구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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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 일어난 일, 진 헨더슨, All in the mind, Gene L. Henderson, 1954
원문링크: www.gutenberg.org/files/32434/32434-h/32434-h.htm The Project Gutenberg eBook of All In The Mind, by Gene L. Henderson. The Project Gutenberg EBook of All In The Mind, by Gene L. Henderson This eBook is for the use of anyone anywhere at no cost and with almost no restrictions whatsoever. You may copy it, give it away or re-use it under the terms of the Project Gutenberg Lic www.gutenbe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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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피리 부는 이들, 필립 K. 딕, Piper in the Woods, Philip K. Dick, 1953
원문링크: http://www.gutenberg.org/files/32832/32832-h/32832-h.htm “그러니까, 웨스터버그 하사관, 본인이 왜 식물이라고 생각하죠?” 헨리 해리스 박사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말하며 책상 위에 놓인 카드를 힐끗 보았다. 기지의 지휘관 콕스의 묵직한 글씨체로 휘갈긴 내용은: 선생님, 이 친구가 제가 얘기한 친구입니다. 진료해서 대체 왜 이런 망상을 하는지 알아내 주세요. 그는 Y-3 혹성의 새로운 점검용 정거장의 수비대에서 왔는데, 거기서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거든요. 특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로! 해리스는 카드를 밀어놓고 책상 맞은편에 앉은 젊은이를 올려다보았다. 청년은 불편해 보였고 해리스가 물은 질문을 피하는 것 같았다. 해리스는 인상을 찌푸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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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상점, 허버트 조지 웰스, The Magic Shop, H.G. Wells, 1903
*원문링크: http://www.gutenberg.org/files/1743/1743-h/1743-h.htm#link2H_4_0002 마술 상점은 먼발치서 오가며 몇 번 봤었다. 상점 앞을 한 두 번 지나치며 본 쇼윈도에는 마법의 구슬, 마술 닭, 신기한 원뿔, 복화술 인형, 바구니 마술 재료, 보기에는 평범한 카드 덱 등 눈길이 가는 작은 물건들이 많았지만 한 번도 들어갈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깁이 내 손가락을 잡고 창문 앞으로 이끌어 안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가게 위치가 거기인지도 몰랐다. 리젠트 거리에서 그림 가게와 특허받은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병아리들이 돌아다니는 가게 사이에 나름 그럴듯한 크기의 구역을 차지하고 말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적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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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트> 고통이 주는 위로
삶은 원래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지나칠 정도로 고통스럽게 알려주는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 찬란한 삶의 벅차오름을 보여주는 영화들(링클레이터의 와 같은)이 주는 위로와는 다른 지점에서 필요한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는 이들과는 다른 축에서 고민하는 사람의 마음을 비춰주고 받들어준다. 자고 일어나니 먼 곳에서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졌단다. 폭격이나 폭력 같는 실질적 공포가 닿지 않는 안락한 침대에 누워 무시무시한 상황이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건조한 글을 본다. 행간의 고통조차 읽고 싶지 않아 제목만 훑는다. 요 몇주간 주변에서 연이어 안좋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예기치 못한 불운과 불행이 삶의 궤도를 틀어버린 사건들, 그 사건을 겪어내야하는 가족과 친구와 동료들을 본다. 고통과 불행은 어떠한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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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 사랑이 승리한 순간
로맨스의 원형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금기의 사랑이 외적 장애물을 극복해낼 것인가 혹은 꺾이고 말 것인가.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의 입장에서 보면 승리의 이야기이다. 오랜 가문의 적이라는 정체성을 뛰어넘었고, 두 사람의 죽음을 이겨내며 영원이 되었다. 이야기가 비극인 이유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사랑의 서사와 개인의 성장이 대립하는 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라라랜드는 사랑의 관점으로 보면 (현실적 상황을 이겨내지 못했기에) 비극이지만 개인의 성장과 성공의 입장으로 보면 해피 엔딩이다. 사랑은 두 사람을 성장하게 한 인생의 단계이자 주요한 도구로 이용된다. 사랑과 개인이 분리된 시대에 전통적인 사랑의 서사를 풀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현대에서 금기된 사랑을 이야기하려면 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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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탄>, 짧은 감상
*최대한 스포일러를 빼고 씁니다 몇 개월 전에 한 번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꽤나 위험한(?) 일이지만, 에 대해서는 짧게라도 기록하고 싶었다. 훌륭한 영화에 종류를 나눈다면, 이 영화는 “말하고 싶게 만드는” 류다. 나는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1회 차 상영으로 보았다. (자극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영화에 번뜩 잠이 깨기 좋은 시간이다) 영화는 물론 아주 이른 아침부터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더욱 재미있던 것은 영화가 끝난 뒤 한바탕 대화의 장이 열린 영화관이었다. 영화제에서 영화가 끝나고 그렇게 활발한 대화가 오가는 광경을 본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게 만들 정도였다. 확실히 아침 9시에 상영한 은 나 말고도 많은 관객들에게 깊은 충격과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이 아침 일찍 상영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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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를 가는 마음
영화를 좋아하는 일은, 실은 그리 쉽지 않다. (다른 류의 공연, 혹은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듣는다면 비웃겠지만 말이다) 두 시간 남짓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꽤 많은 에너지를 요한다. (스트리밍 시대,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는 시대에 영화는 왜 점점 더 길어지는지) 예능, 유튜브, 드라마는 밥을 먹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느슨하게 대할 수 있지만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밥을 먹으면서 보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가벼운 코미디, 킬링 타임용 액션 영화라면 팝콘이나 감자칩 정도는 허용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같은, 적막해서 더더욱 사운드가 중요한 영화를 보며 스스로가 과자를 씹는 소리를 듣는 것은 끔찍하다. 같이 한 순간의 미장센도 놓칠 수 없는데 자막이 없이는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어려운 영화에서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