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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봉봉, 라이먼 프랭크 바움, The Magic Bon Bons, Lyman Frank Baum, 1901옮긴 글/마법의 봉봉, 라이먼 프랭크 바움 2017. 7. 18. 16:39
*원문링크: https://www.gutenberg.org/files/4357/4357-h/4357-h.htm#bonbons
보스턴에 도스 박사라는 지긋한 나이의 이치 밝은 화학자가 있었는데, 부업으로 마법을 부리는 일도 했다. 클래리벨 서즈라는 이름의 젊은 여자도 보스턴에 살고 있었는데, 많은 부에 비해 적은 재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가진 사람이었다.
클래리벨은 도스 박사를 찾아가 말했다.
“저는 노래나 춤을 못해요. 시 낭송이나 피아노 연주에도 재능이 없고요. 곡예나 높이 뛰기, 높이 차기도 할 줄 몰라요. 하지만 저는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그런 능력을 얻기 위해 돈을 낼 의향도 있습니까?” 이치 밝은 화학자가 물었다.
“물론이죠.” 클래리벨은 지갑을 짤랑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면 내일 두 시에 다시 오도록 하세요.” 화학자가 말했다.
그날 밤 화학자는 연금술이라 불리는 마법에 밤새 임했고, 다음날 두 시에 클래리벨 서즈가 찾아왔을 때 프렌치 봉봉처럼 생긴 약물이 담긴 작은 상자를 내보였다.
“시대는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노인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함께 나아갈 줄 아는, 당신의 친근한 삼촌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자, 시대에 뒤떨어진 마법사들은 삼키기도 힘든 쓴 알약 같은 것을 만들어줬을 거예요. 하지만 나는 맛과 편리함을 좀 더 고려했어요. 이건 마법의 봉봉입니다. 연보라색 봉봉을 먹으면 마치 평생 연습한 사람처럼 가볍고 우아하게 춤을 추게 될 거예요. 분홍색을 먹으면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하게 될 거고요. 흰색은 이 나라에서 제일가는 낭독자가 될게 하고, 초콜릿색을 먹으면 루벤스타인보다 피아노를 잘 치도록 마법을 부릴 거예요. 마지막으로 연노랑 봉봉을 먹으면 머리 위 180cm 까지는 손쉽게 발을 차올리게 될 겁니다.”
클라리벨은 진심으로 감동해서 소리쳤다.
“세상에, 멋져라! 박사님은 정말 똑똑한 마법사에, 배려심까지 넘치는 화학자이시군요.”
클라리벨이 상자를 향해 손을 뻗자 이치 밝은 화학자는 헛기침을 했다.
“흠흠! 계산, 부탁드립니다.”
“오, 네, 물론이죠! 계산을 잊다니 제가 생각이 없었네요.” 내밀었던 손을 다시 가져가며 말했다.
화학자는 클래리벨이 상당한 양의 금액의 수표를 쓰는 동안 상자를 손에 들고 기다리다가 수표를 내밀자 상자를 내주었다.
클라리벨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충분히 강력하게 만드신 것 맞죠? 저는 평소에도 약을 많이 먹어야 드는 편이라서요.”
도스 박사는 대답했다.
“저는 오히려 너무 강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걱정입니다. 이런 놀라운 사탕들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은 저도 처음이거든요.”
클래리벨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사탕이 더 잘 들수록 저도 더 잘 하게 되는 거니까요.”
그는 이 말을 남기고 화학자의 집을 나섰다. 그러나 쇼핑을 하러 옷가게에 들러서는 새로운 물건들에 눈이 팔려 소중한 상자를 리본 카운터에 올려두고는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린 베시 보스트윅은 머리 리본을 사러 카운터로 왔다가 클라리벨의 상자 옆에 짐을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떠나면서 짐을 챙기다가 다른 꾸러미들에 섞여 들어간 상자까지 들고 와버렸다.
베시는 집에 도착해 코트를 옷장에 걸고 나서 쇼핑봉투를 세어보다가 그제야 봉투가 하나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잘못 가져온 꾸러미를 열어보고는 소리쳤다.
“아니, 사탕 상자잖아! 누군가 두고 갔나 보다. 하지만 너무 사소한 거라 찾지는 않을 것 같아. 사탕이 몇 개 들지도 않았는걸.”
그래서 베시는 상자의 내용물을 집 복도에 놓인 테이블 위 봉봉 접시에 담았고, 초콜릿 사탕을 꺼내서(베시는 초콜릿을 좋아했다) 오늘 산 물건들을 살펴보며 야금야금 먹었다.
물건은 많지 않았다. 베시는 아직 열두 살의 어린 나이라 부모님이 많은 돈을 쓰고 다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시는 새로 산 머리 리본을 묶어보다가 갑자기 피아노를 치고 싶은 강한 욕구가 들었고, 결국 그 욕구에 이끌려 거실에 있는 피아노로 가서 뚜껑을 열었다.
어린 베시의 피아노 실력은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두어 개의 '소곡'을 겨우 익힌 정도였고, 덜거덕거리는 오른손과 오른손을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는 왼손으로 불협 연주를 하곤 했다. 하지만 초콜릿 봉봉의 영향 아래 가벼워진 손가락으로 건반 위에서 어찌나 정교한 화음을 만들어냈던지 스스로의 실력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이는 전조에 불과했다. 다음으로 베시는 베토벤 소나타 7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말이다. 베시의 엄마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선율이 터져 나오는 것을 듣고는, 집에 누가 방문했는지 보려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이 훌륭한 연주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신의 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해서 (원래 가진 지병이었다) 증상이 잠잠해질 때까지 소파에 앉아 쉬어야 했다.
그동안 베시는 지치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다. 음악을 사랑하는 베시는 이제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의 양 손이 건반 위에서 노니는 것을 보고 있기만 하면 됐다.
해 질 녘이 되어 방 안이 어둑해지자 베시의 아버지가 귀가해 모자와 코트를 벗어두고 우산을 건 뒤 연주자를 보려고 거실로 고개를 내밀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나 베시의 어머니가 조용히 다가와서 손가락을 그의 입술에 대고 속삭였다.
“방해하지 말아, 존. 우리 아이가 신이 들렸나 봐. 이렇게 멋진 음악 들어본 적 있어?”
“아니, 우리 딸이 신동이라니!” 놀라서 숨이 찬 아버지가 말했다.
“장님 톰의 연주도 이기겠는걸! 이건,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그들이 서서 연주를 듣는 사이에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국회의원이 도착했다. 그가 코트를 벗고 있을 때 (깊은 학식을 자랑하는 저명한) 예일 교수도 합류했다.
베시는 연주를 멈추지 않았다. 옹기종기 모여선 네 어른은 경이감에 빠져 말없이 음악을 감상하며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를 기다렸다.
그 사이 보스트윅 씨는 배가 고파와서 옆의 탁자에 놓인 봉봉 접시를 들어 분홍색 사탕을 집어먹었다. 교수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므로 보스트윅 씨는 매너 있게 접시를 내밀었다. 교수는 연노란색 사탕을 입에 넣었고 국회의원은 손을 뻗어 연보라색을 집었다. 그러나 식사 전에 입맛을 버릴까 싶어 사탕을 먹지는 않고 조끼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보스트윅 부인은 여전히 천재적인 딸의 연주에 집중하느라 자신이 뭘 하는지도 모른 채 남아있는 흰색 사탕을 건네받았고, 천천히 삼켰다.
접시는 이제 비어버렸다. 클래리벨 서즈의 소중한 봉봉이 그의 손을 영영 벗어나고 만 것이다!
그때 갑자기 보스트윅 씨가 거구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소프라노 목소리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베시가 연주하고 있는 곡과 다른 노래라서 듣기 싫은 불협 화음이 났고, 이 소음에 교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국회의원은 귀를 틀어막았으며 보스트윅 부인은 충격받은 목소리로 외쳤다.
“윌리엄!”
그러나 그의 남편은 부인이나 손님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유명한 크리스틴 닐슨 1에 겨루겠다는 듯 열창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마침 저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보스트윅 부인은 베시를 피아노에서 떼어내고 손님들을 식당으로 안내했다. 보스트윅 씨는 마치 천명의 관객 앞에서 앙코르로 화답하는 듯한 열성으로 <여름의 마지막 장미>를 부르며 따라갔다.
불쌍한 부인은 남편의 품위 없는 행동을 지켜보며 어떻게 남편을 멈추게 할 수 있을지 아연했다. 교수는 평소보다도 더 심각한 얼굴이었다. 국회의원은 기분이 상한 듯 보였고, 베시는 여전히 피아노가 치고 싶은지 손가락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보스트윅 부인은 겨우 모두를 자리에 앉혔다. 남편은 또 새로운 아리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메이드가 수프를 들고 들어왔다.
그가 교수에게 접시를 가지고 가자, 교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더 높게 들어요! 더 높게!”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점프를 하며 발차기를 날려 접시를 천장까지 날려 보냈다. 접시에서 흐른 수프는 베시와 메이드 위로 뿌려지고 접시는 교수의 숱 없는 정수리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이 고약한 행동에 충격을 받은 국회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을 바라보았다.
보스트윅 부인은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국회의원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우아하게 절을 하더니 <경기병대의 돌격 2>을 힘차게 낭송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점잖은 가정에서 이런 꼴사나운 일이 벌어진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다. 자신의 명예까지 실추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자신만이 이 방에서 유일하게 제정신이라 하소연할 사람도 없는 상황이었다.
메이드는 방에서 도망쳐 부엌에서 시끄럽게 흐느끼고 있었고, 보스트윅 씨는 이제 <오 프로미스 미 3>를 부르고 있었다. 교수는 샹들리에에 달린 구 모양의 장신구를 차 내려고 하고 있었다. 보스트윅 부인은 “불타는 갑판 위에 소년이 서 있었네 4”를 낭송하고 있었고, 베시는 다시 거실로 슬그머니 빠져나가 <플라잉 더치맨>의 서장을 격렬하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국회의원은 제정신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 광란에서 벗어나 복도에 걸어둔 모자와 코트를 챙겨 집에서 빠르게 도망쳤다.
그날 밤 국회의원은 다음날 오후 패니얼 회관에서 예정된 정치 연설 준비로 늦게까지 깨어 있었다. 그러나 보스트윅네 집에서의 일이 떨쳐지지가 않아 집중할 수가 없었고, 평소에 점잖았던 그들이 벌인 일이 생각날 때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측은한 마음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다음 날 길에서 보스트윅 씨와 마주쳤지만 정면에 눈을 고정하고 못 본 척하며 지나쳐 버렸다. 이런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보스트윅 씨는 무시하는 태도에 자연히 기분이 상했지만, 전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이 어렴풋이 기억나서 국회의원의 태도를 불쾌해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국회의원의 웅변술은 보스턴에서 유명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 연설은 그 날 가장 많은 관심이 몰린 행사였다. 대형 홀은 인파로 가득했고, 가장 앞자리에 보스트윅 가족과 학명 높은 예일 교수가 앉아 있었다. 그들은 방탕한 저녁을 보낸 사람들처럼 지치고 힘들어 보였고, 국회의원은 그들을 보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생겨 그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시장이 먼저 나와 사람들에게 연설자를 소개하는 동안, 이 위대한 저명인사는 의자에 앉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그는 엄지와 검지를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가, 전날 저녁에 넣어두었던 연보라색 봉봉을 발견했다.
“이걸 먹으면 목소리가 잘 나올지도 몰라,” 국회의원은 봉봉을 입안에 넣으며 생각했다.
몇 분 뒤 그는 수많은 군중 앞에 나섰고, 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친애하는 여러분,” 국회의원이 심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은 아주 중대한 날입니다.”
그리고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갑자기 발레 댄서들이 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로 왼발 끝에 서서 오른 다리를 공중으로 띄워 올렸다!
충격에 빠진 군중들은 술렁였지만, 국회의원은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는 발끝에 서서 돌고, 우아하게 오른 다리와 왼다리를 차올렸으며, 앞 줄에 앉은 한 대머리 남자에게 갈망의 눈빛을 보내 그를 당황하게 했다.
마침 그 자리에 참석했던 클래리벨 서즈가 갑자기 소리를 꽥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춤을 추는 국회의원에게 비난의 손가락을 보내며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내 봉봉을 훔친 사람이 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을 체포하세요! 도망치게 두면 안돼요!”
하지만 안내원들은 클래리벨을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해 그를 복도로 내쫓았다. 국회의원의 친구들은 국회의원을 붙잡고 무대에서 겨우 끌어내 무대의 옆문으로 나가 밖에서 마차를 잡아 마부에게 그를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마법의 봉봉이 불쌍한 국회의원에게 여전히 강한 효과를 발휘한 탓에 그는 집으로 가는 내내 마차의 뒷좌석에 서서 힘차게 춤을 추었다. 이에 어린 남자아이들은 좋아하며 마차를 쫓아갔고 분별 있는 시민들은 탄식 속에 고개를 저으며 “또 하나의 멀쩡한 사람이 가버렸다”라고 속삭였다.
국회의원이 이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사건을 극복하는 데는 몇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이상하게도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게 된 이유를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어쩌면 마지막 봉봉까지 사라져 버린 것이 행운인지도 몰랐다. 이보다도 더 큰 문제를 일으켰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클래리벨은 화학자를 다시 찾아가 마법의 봉봉을 다시 받기 위해 수표를 새로 썼다. 이번에는 사탕을 잘 챙겼는지, 현재 유명한 보드빌 5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것이 무척 어리석은 일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스스로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장소에 짐을 둘 때는 조심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말이 나온 김에, 다른 사람의 짐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도 기억하면 좋을 것이다.
- Christine Nillson (원래 맞는 철자는 Christina Nilsson인데 의도인지 오타인지 모르겠습니다:역자) 유명한 스위스의 소프라노 오페라 가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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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 Promise me 레지널드 드 코븐(Reginald De Koven)의 곡으로, 옛날에는 인기있는 웨딩 곡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bFGaoN0vNn4 [본문으로]
- 펠리샤 D 헤만스(Felicia D. Hemans)의 시 의 첫 구절. [본문으로]
- Vaudeville: 마술사와 광대, 희극배우, 길들인 동물, 곡예사, 가수 및 무용수들이 출연해 온갖 공연 형식이 망라된 버라이어티 쇼. 1890년대에서 1930년대까지 미국에서 유행했으며 대표적 배우로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등이 있다. http://www.britannica.co.kr/m_oscar/article/rlink/b09b3269a.htm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