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마술 상점, 허버트 조지 웰스, The Magic Shop, H.G. Wells, 1903
    옮긴 글/마술 상점, 허버트 조지 웰스 2019. 2. 4. 09:53

    *원문링크: http://www.gutenberg.org/files/1743/1743-h/1743-h.htm#link2H_4_0002

     

     

     

    마술 상점은 먼발치서 오가며 몇 번 봤었다. 상점 앞을 한 두 번 지나치며 본 쇼윈도에는 마법의 구슬, 마술 닭, 신기한 원뿔, 복화술 인형, 바구니 마술 재료, 보기에는 평범한 카드 덱 등 눈길이 가는 작은 물건들이 많았지만 한 번도 들어갈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깁이 내 손가락을 잡고 창문 앞으로 이끌어 안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 가게 위치가 거기인지도 몰랐다. 리젠트 거리에서 그림 가게와 특허받은 인큐베이터에서 자란 병아리들이 돌아다니는 가게 사이에 나름 그럴듯한 크기의 구역을 차지하고 말이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나는 가게가 서커스 쪽이나, 옥스퍼드 거리의 코너, 아니면 홀본 쪽으로 더 가서 있으리라 짐작했었다. 약간 중심가에서 벗어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신기루처럼 다가갈 듯 다가가 지지 않는 곳에 말이다. 하지만 여기 바로 눈 앞에 가게가 틀림없이 있었고, 깁의 뭉툭한 손가락 끝이 유리창에 두드리는 소리를 냈다.

    “제가 돈이 많다면요, 저걸 살 거예요.” 깁이 사라지는 달걀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저것도” ‘진짜 사람 같은, 우는 아기’였다. “그리고 저것도” 마지막 물건은 미스터리 상자라 앞에 깔끔한 글씨로 다음과 같은 카드가 적혀 있었다. “가져가서 친구들을 놀라게 해 보세요.”

    “저 원뿔 밑에선 뭐든지 사라져요. 책에서 봤어요.” 깁이 말했다. “그리고 아빠 저기 저건, 사라지는 반-동전이에요. 근데 반대로 올려놔서 어떻게 되는 건지 우리한텐 안 보여요.”

    나의 사랑하는 아들 깁은 엄마를 닮아 상점에 들어가자고 직접적으로 말을 하거나 떼를 쓰지 않았다. 다만,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문 쪽으로 끌어 의사를 표시했다.

    “저거” 아이가 마술 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있다면 뭘 하겠니?” 내가 물었다. 부추기는 질문에 깁은 얼굴이 환해져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시한테 보여줄 거예요.” 언제나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이답게 말했다.

    “네 생일까지 백일도 안 남았단다, 기비야.” 나는 문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으며 말했다.

    깁은 대답 대신 내 손가락을 잡은 손에 힘을 꼭 주었고, 우리는 상점 안으로 들어섰다.

     

    보통 상점이 아니었다. 여기는 마술 상점으로, 깁은 그 어떤 평범한 장난감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이 곳의 물건들에 강력하게 끌리고 있었다. 아이는 대화의 의무를 내게 넘겼다.

    굉장히 작고 좁은 가게로, 조명은 어둠침침했다. 우리 뒤로 문이 닫히면서 종이 다시 한번 처량하게 울렸다. 가게에는 우리 둘 밖에 없어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볼 수 있었다. 낮은 카운터 위의 유리 케이스 안에는 종이로 만든 호랑이가 들어 있었다. 근엄하고, 착한 눈을 한 호랑이가 머리를 규칙적으로 흔들었다. 크리스털 공 여러 개와, 마술 카드를 손에 쥔 도자기 손, 마법의 어항이 사이즈 별로 있었고, 안의 스프링을 부끄럼 없이 드러낸 마법의 모자도 있었다. 바닥에는 마술 거울들이 있었다. 사람을 아주 길고 얇게 보여주는 거울, 머리는 거대하게 다리는 사라지게 하는 거울, 맥주통처럼 땅딸막하고 뚱뚱하게 보여주는 거울. 우리가 거울을 보고 웃는 사이 상점 주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어느새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 기이하고 창백하고 칙칙하고 한쪽 귀가 다른 쪽보다 크고 턱이 부츠의 앞코처럼 튀어나온 사람이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가 유리 케이스 위로 긴 마법의 손가락을 뻗으며 물었다. 우리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

    “제 아들에게 간단한 마술 트릭을 몇 개 사주고 싶은데요.” 내가 말했다.

    “손으로 하는 게 좋은가요? 아니면 기계식? 가정용?” 그가 물었다.

    “어떤 게 재밌을까요?” 내가 말했다.

    “음!” 상점 주인은 생각에 잠긴 듯 머리를 긁었다. 그러더니, 머리에서 유리 공을 뽑아냈다. “이런 건 어떨까요?” 그가 공을 내밀며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액션이었다. 마술 쇼에서 비슷한 트릭은 수도 없이 봤었지만 (마술사들에게는 꽤나 흔한 기술 중 하나다) 여기서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이다.

    “재밌네요.” 내가 웃으며 답했다.

    “그렇죠?” 상점 주인이 말했다.

    깁은 내 손을 잡지 않은 나머지 손을 내밀어 물건을 집으려 했으나 어느새 빈 손이었다.

    “네 주머니 안에 있단다.” 상점 주인이 말했고, 정말 거기 있었다!

    “이건 얼마죠?” 내가 물었다.

    “우리는 유리 공에는 돈을 내지 않는답니다.” 상점 주인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 “우리는” 그가 공 하나를 팔꿈치에서 꺼내며 말했다. “무료로 받지요.” 그는 또 하나를 목 뒤에서 꺼냈고, 카운터 위에 앞의 공과 나란히 놓았다. 깁은 손 안의 유리 공을 신중히 바라보다가 카운터 위의 공 두 개를 물어보듯 바라보고 마지막으로 동그란 눈을 상점 주인의 눈과 마주쳤다. 주인은 미소를 지었다.

    “다 가지렴.” 상점 주인이 말했다. “그리고 괜찮다면, 내 입 속의 것도. 이렇게!

    깁은 말 없이 나의 허락을 묻고는, 조용히 네 개의 공을 넣어두고 다시 내 손가락을 꽉 쥔 채 다음에 벌어질 일을 기다렸다.

    “우린 작은 마술 트릭들은 다 이렇게 구한답니다.” 상점 주인이 말했다.

    나는 재밌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웃음소리로 화답했다. “도매상 대신이군요.” 내가 말했다. “물론 도매상이 더 싸겠지만요.”

    “그럴지도요.” 상점 주인이 말했다. “결국에 가서는 다들 값을 치루지만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값이 크지는 않아요… 좀 더 큰 트릭이나, 일일 보급품이나, 필요한 다른 것들은 저 모자에서 얻지요… 그리고 선생님 실례지만, 진짜 마법의 물건을 다루는 도매상은 없답니다. 가게 설명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진품 마술 상점이에요.” 그는 뺨에서 명함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단어를 짚으며 덧붙였다. “진품. 속임수는 하나도 없어요, 선생님.”

    나는 그가 역할 놀이에 꽤나 열과 성을 다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주 상냥한 미소를 띠고 깁을 보았다. “어디 보자, 너는 ‘올바른 아이’ 구나.”

    나는 그가 알아봤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훈육을 위해 아이에게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깁은 그의 말에 놀라지 않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올바른 아이’만이 저 문을 통과할 수 있단다.”

    그리고 그때, 마치 시범을 보이겠다는 듯 문이 덜컹거리며 바깥에서 하이톤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아아! 아빠 나 저기 들어가고 싶다고! 나 들어가고 싶다고! 아아아아!” 이어서 어르고 달래는 어른의 지친 목소리가 들렸다. “잠겨있잖니, 에드워드.” 그가 말했다.

    “하지만 안 잠겨 있잖아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선생님.” 상점 주인이 말했다. “언제나, ‘올바른 아이’ 에게는요.” 그가 말하는 순간 문 반대쪽에 있는 다른 아이의 모습이 스쳤다. 작은 몸집에 하얀 얼굴이 단것과 불량식품을 많이 먹어 창백한 데다 못된 고집으로 일그러진, 거칠 것 없는 이기적인 아이가 마법에 걸린 유리창에 달라붙어 있었다.

    “소용없답니다, 선생님.” 내가 몸에 밴 친절함을 발휘해 문 쪽으로 움직이자 상점 주인이 말했다. 버릇없는 아이는 곧 울며 끌려갔다.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나는 한 숨 놓고 말했다.

    “마술이죠!” 상점 주인이 답하며 손을 휙 움직여 손가락 사이에서 색색깔의 불꽃을 만들어냈다. 불꽃은 상점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들어오기 전에 또 얘기한 게,” 그가 깁을 향해 말했다. “‘가져가서 친구들을 놀라게 해 보세요’ 상자를 갖고 싶다고 했지?”

    깁은 노력 끝에 대답했다. “네.”

    “주머니 안에 있단다.”

    그리고 이 놀라운 작자는 극도로 긴 몸을 카운터 위로 숙여, 마술사들이 흔히 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공중에서 만들어냈다. “종이” 하고 말하자 스프링이 있는 빈 모자에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실”이라고 하자 입에 실타래가 물려 있었고 끝없이 풀려나오는 실로 꾸러미를 포장한 뒤 입으로 잘라냈다. 그리고는 남은 실타래를 입으로 삼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다음 복화술 인형의 코에 대고 촛불을 켜고는 (봉랍처럼 새빨개진) 손가락을 불에 넣어 꾸러미를 밀봉했다. “그리고 사라지는 달걀도 있었지.” 그가 말하더니, 내 코트 가슴 주머니에서 달걀을 꺼내 싸주었고, ‘진짜 사람 같은, 우는 아기’도 마찬가지로 했다. 나는 물건이 준비될 때마다 하나씩 깁에게 건네주었고 깁은 모두 가슴에 소중히 끌어안았다.

    아이는 말은 거의 없었지만 눈으로 모든 말을 하고 있었다. 장난감을 끌어안은 팔이 모든 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말로 차마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의 놀이터였다. 이것들은, 진짜 마법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모자 속에 뭔가 움직이는 게 느껴져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뭔가 부드러운 것이 폴짝폴짝 뛰고 있었다. 내가 모자를 홱 벗자 그 안에서 (공범자인 것이 분명한) 깃털이 곤두선 비둘기가 뛰어나와 카운터 위를 달려가더니, 종이호랑이 뒤의 하드보드 박스로 쏙 들어갔다.

    “쯧, 쯧!” 상점 주인이 솜씨 좋게 내 모자를 벗기며 말했다. “조심성 없는 새 같으니. 세상에, 알까지 품고 있잖아!”

    그가 내 모자를 흔들자 뻗은 손 위로 두세 개의 알, 커다란 구슬, 손목시계, 언제나 빠지지 않는 유리 공 대여섯 개와, 꾸깃꾸깃 접힌 종이뭉치 등 계속 계속 계속해서 물건들이 튀어나왔다. 그는 물건을 빼면서 사람들이 모자의 바깥만 털고 안을 털지 않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했다. 물론 예의 바른 말투였지만, 어느 정도 나를 겨냥한 말임은 틀림없었다.

    “이 안에는 온갖 물건이 다 쌓여요, 선생님… 물론 선생님만 특정하는 건 아니지만요, 당연히…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이 그렇죠… 정말이지 다들 뭘 담고 다니는지 보면 놀라울 정도예요…” 종이 뭉치가 카운터 위로 점점 쌓이고 쌓여 상점 주인을 거의 가리다가, 이제는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도 그의 말은 계속되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멀쩡한 외관 뒤로 숨기고 있는 게 뭔지 알 수 없답니다, 선생님. 그러면 우리는 바깥만 닦은 건물, 하얗게 칠한 묘지나 다름없는 걸까요..”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다. 그는 마치 벽돌을 던져 이웃의 축음기를 맞춘 것처럼 갑자기 조용해졌고, 동시에 바스락거리던 종이 소리도 멈춰 사방이 고요해졌다...

    “내 모자는 어쨌어요?” 나는 잠시 후에 물었다.

    답이 없었다.

    나는 깁을 바라보았고, 깁도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법의 거울에 비친 우리의 왜곡된 모습들은 굉장히 난처하고, 엄숙하고, 조용했다…

    “이만 가야겠어요.” 내가 말했다. “이게 다 얼마인지 알려주시겠어요…?”

    “저기요.” 나는 다시 큰 목소리로 말했다. “계산서 좀 주세요. 제 모자도요.”

    종이 더미 뒤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나는 깁을 데리고 머리를 흔드는 호랑이 뒤로 가보았는데, 그 뒤에서 무엇을 발견했는 줄 아는가? 아무것도 없었다! 바닥에는 내 모자가 떨어져 있고, 마술사의 귀 처진 하얀 토끼가 모든 마술사의 토끼들처럼 멍청하고 쭈굴쭈굴한 모습으로 멍하니 있었다. 내가 모자를 집어 들자 토끼는 깡충깡충 뛰어 내 앞에서 사라졌다.

    “아빠!” 깁이 찔려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왜 그러니, 깁?” 내가 말했다.

    “이 상점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아빠.”

    “나도 그랬을 텐데.” 나는 혼잣말로 답했다. “갑자기 카운터가 늘어나 사람을 못 가게 막지 않았더라면 말이야.” 하지만 깁에게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야옹아!” 깁은 뛰어가는 토끼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야옹아, 깁에게 마술 한 번 보여줘!” 그리고는 토끼가 이전까지 미처 보지 못했던 문 틈 사이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때 문틈이 더 크게 벌어지더니, 짝짝이 귀의 사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나와 마주친 눈에서는 장난과 반항의 기운이 비쳤다. “저희 쇼룸을 보고 싶으시죠, 선생님.” 그가 천진한 상냥함으로 말했다. 깁은 내 손가락을 앞으로 잡아당겼다. 나는 카운터를 흘낏 보고 다시 상점 주인과 눈을 마주쳤다. 나는 마술이 너무 진짜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저희가 시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요.” 내가 말했다. 그러나 내가 문장을 끝마치기도 전에 어느새 우리는 쇼룸에 들어와 있었다.

    “모든 물건은 일정한 품질을 자랑하죠.” 상점 주인이 유연한 손을 비비며 말했다. “모두 최고급이에요. 이 곳에서 ‘진짜 마술’이 아닌 건 없어요, 아주 기묘할거라 보장하죠. 실례하겠습니다, 선생님!”

    나는 그가 내 코트 소매에 매달려 있던 뭔가를 당기는 것을 느꼈고, 작고 꼼지락거리는 빨간 생물의 꼬리를 잡아 든 것을 보았다. 작은 생물은 물고 싸우며 그의 손을 공격하려고 했다. 잠시 후 주인은 그것을 무심하게 카운터 뒤로 던져버렸다. 분명 고무로 만든 무슨 물건일 뿐이겠지만, 아주 잠깐 동안은…! 그걸 다루는 그의 손짓은 독이 있는 작은 해충을 다루는 사람 같았다. 나는 깁을 흘낏 보았지만 깁은 마법의 흔들 목마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아이가 이를 보지 않은 것에 안심했다. “저기요,” 나는 눈짓으로 깁과 그 빨간 생물체를 가리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것들이 여기 많이 있는 건 아니죠?”

    “저희는 전혀 없어요! 선생님께 딸려온 것 같은데요.” 상점 주인 또한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의 미소는 이전보다 더 밝았다. “사람들이 알지도 못한 채로 지니고 다니는지 보면 정말이지 놀랍다니까요!” 그리고는 깁에게 물었다. “여기 마음에 드는 게 있니?”

    깁의 마음에 드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그는 이 놀라운 상인에게 용기와 존중이 뒤섞인 태도로 물었다. “저건 마법의 검인가요?” 그가 말했다.

    “마법의 장난감 검이지. 구부러지지도, 부러지지도, 손가락을 베지도 않는단다. 가지고 있으면 18세 미만의 사람과 싸울 때 무적으로 만들어주지. 사이즈에 따라 반 크라운에서 7과 육 펜스 사이란다. 여기 이 갑옷들은 어린 기사들을 위한 것으로 매우 유용해. 안전을 보장하는 방패, 빠른 발을 주는 샌들, 그리고 투명 헬멧까지.”

    “오와, 아빠!” 깁이 감탄했다.

    나는 그게 모두 얼마인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상점 주인은 내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깁을 데리고 있었다. 어느새 내 손가락에서 빼낸 것이다. 그는 이 지독한 물건들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었고, 무엇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나는 이제 약간의 불신과, 깁이 내 손가락을 잡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을 잡고 있다는데서 질투심 같은 감정을 느끼며 바라보았다. 물론 무척 흥미로운 사람이고, 물건들을 흥미롭게 잘 속여 만들었지만, 정말 진짜 같이 잘 속여 만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말없이, 하지만 손 빠른 사내를 유의 깊게 지켜보며, 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어쨌든 깁이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갈 시간이 되면 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쇼룸은 정말이지 길고 산만한 곳이었다. 판매대에 칸막이에 기둥에, 다른 구역으로 이어지는 아치형 복도에는 기이하게 생긴 점원들이 어슬렁 거리며 쳐다보고 있었고, 수많은 거울과 커튼은 공간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정말이지 너무 혼란스러워서 이제는 우리가 들어온 문이 어느 문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상점 주인은 깁에게 증기나 태엽 없이도 시그널만 주면 달리는 마법의 기차를 보여주었고, 다음으로 뚜껑을 열자마자 안에 들어있던 군인들이 살아나서 뭐라고 소리치는 아주 아주 귀중한 상자들을 보여주었다. 나는 말귀가 어두웠고 군인들의 말이 발음하기 힘든 잰 말놀이 같아서 잘 못 알아들었지만 (엄마의 귀를 물려받은) 깁은 바로 이해했다. “브라보!” 상점 주인이 말하며 군인들을 다시 상자 안에 손쉽게 넣어 깁에게 건네주었다. “자” 하고 상점 주인이 건네주자마자 깁은 그들을 다시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 상자도 가져가겠어요?” 상점 주인이 물었다.

    “상자도 가져갈게요. 정가를 다 받는 게 아니라면. 그렇다면 보증인이 필요할 것…”

    “세상에! 아니에요!” 상점 주인이 작은 군인들을 다시 상자 안에 넣어 뚜껑을 닫고 상자를 공중에서 흔들자 상자는 갈색 종이에 포장되었고… 위에는 깁의 이름과 주소까지 적혀있었다!

    놀라워하는 나를 보고 상점 주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진짜 마술이라니까요.” 그가 말했다. “진짜요.”

    “제 입맛에는 너무 진짜 같네요.” 나는 다시 한번 말했다.

    그리고 그는 깁에게 이상한 마술 트릭들, 하는 방식까지 이상한 트릭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트릭을 설명하고, 뒤집어서 보여주었고, 나의 작은 꼬마는 잘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보았다.

    나는 둘에게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 상점 주인이 “자, 빠르게!”하고 말하자, 그다음에는 아이의 작고 또렷한 목소리로 “자, 빠르게!”하는 소리가 뒤따랐다. 그러나 나는 다른 것들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나는 그제야 이곳이 얼마나 기묘한지 실감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기묘한 것들로 가득 찬 곳이었다. 아주 작은 장식들과, 천장과, 바닥과, 여기저기 놓여있는 의자들마저 어딘가 묘했다. 내가 눈을 떼면 물건들이 움직이고, 돌아다니고, 소리 없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천장 몰딩에는 가면을 쓴 뱀 장식이 둘러져 있었는데, 석고가면 치고는 지나치게 생생했다.

    그때 갑자기 특이하게 생긴 점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어딘가가 조금 이상한 그는 아직 나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듯했다. 아치형 복도 뒤 산더미 같이 쌓인 장난감들 사이로 몸의 사분의 삼 길이 정도만 보였는데, 기둥에 편안하게 기대서 얼굴을 가지고 엄청나게 끔찍한 짓을 하고 있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코로 한 행동이었다. 그냥 심심해서 노는 듯 보였다. 그의 코는 처음에는 짧고 뭉툭했는데, 갑자기 망원경처럼 길게 튀어나오더니 점점 길어지고 얇아져서 길고 빨갛고 유연한 채찍 같아졌다. 악몽에서나 볼 법한 그런 모양새였다! 그는 그걸 흔들며 플라잉 낚시꾼이 낚싯대를 던지는 모양새로 가지고 놀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깁이 그를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뒤를 돌아보자, 깁은 상점 주인과 대화하는데 빠져 세상의 악으로부터 안전한 것이 보였다. 둘은 나를 보며 속삭이고 있었다. 깁은 작은 스툴 위에 서 있었고 상점 주인은 손에 큰 드럼을 들고 있었다.

    “숨바꼭질이에요 아빠!” 깁이 소리쳤다. “아빠가 술래예요!”

    그리고 내가 미처 막기도 전에 상점 주인이 큰 드럼을 그의 위로 씌워버렸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바로 알아챘다. “벗겨내요, 지금 당장!” 내가 소리쳤다. “애가 놀라잖아요. 벗겨내요!”

    짝짝이 귀의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바로 드럼을 벗겨냈고, 큰 원통을 들어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내게 보였다. 그리고 스툴 위에도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한 순간에 내 아들이 사라졌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타난 손이 심장을 움켜쥐는 것 같은 불안한 감정을 아는가? 그건 평소 당신의 모습을 지우고 느리지도 급하지도, 화가 나지도 두렵지도 않은, 아주 긴장된 신중한 사람으로 만든다. 내가 바로 그랬다.

    나는 웃고 있는 상점 주인에게 다가가 스툴을 발로 차서 치워버렸다.

    “지금 이 짓거리 멈추지 못합니까!” 내가 말했다. “내 아들은 어디 갔죠?”

    “그러니까 말이죠, 이건 속임수가 아니에요…” 그가 드럼의 안쪽을 계속 보여주며 말했다.

    나는 그를 붙잡으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발 빠르게 나를 피해버렸다. 나는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내게서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문을 밀었다. “멈춰!” 내가 말했고, 그는 피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뒤따라 뛰어 들어갔고… 도착한 곳은 암흑이었다.

     

    쿵!

     

    “아이고 세상에! 앞에 있는걸 못 봤네요!”

    나는 리젠트 거리에 서 있었고, 방금 전에 말끔하게 생긴 일꾼과 부딪힌 것이었다. 그리고 약 1미터 떨어진 곳에는 당황해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깁이 보였다. 뭔가 사과하는 듯한 웅얼거림 후에 깁은 몸을 돌려 다시 만나는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팔에는 꾸러미 네 개가 들려 있었다!

    깁은 바로 내 손가락을 꼭 쥐었다.

    나는 잠시 당황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마술 상점의 문을 찾으려고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럴 수가, 온데간데없었다! 문도, 상점도, 아무것도 없었고 그림 가게와 병아리가 있는 창문 사이에는 평범한 벽기둥 밖에 없었다!...

    나는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나는 보도 가장자리로 가서 택시를 잡기 위해 우산을 내밀었다.

    “핸섬[각주:1]이다.” 깁이 기쁨에 가득차 감탄했다.

    나는 깁을 안으로 태운 뒤 기억을 더듬어 겨우 주소를 말하고는 함께 올라탔다. 재킷 주머니에 뭔가 이상한 물건이 느껴져서 보았더니 유리 공이었다. 나는 재빨리 그걸 길로 내던져버렸다.

    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잠시 동안 말없이 있었다.

    “아빠!” 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정말 제대로 된 가게였어요!”

    나는 비로소 이 모든 일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단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아직까지는 괜찮았다. 공포에 질리거나 정신이 나간 것 같지도 않았고, 오후의 유흥에 굉장히 만족한 듯했고 팔에는 꾸러미가 네 개나 안겨 있었다.

    이런 젠장! 대체 안에 뭐가 들었으려나?

    “음!” 내가 말했다. “어린아이들은 그런 가게에 매일 갈 수는 없단다.”

    그는 평소의 태연함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나는 여기, 공공장소에서, 우리의 핸섬 안에서 당장 아이에게 입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에, 잠시 그의 엄마가 아닌 아빠라는데 아쉬움을 느꼈다. 뭐 어쨌든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다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꾸러미를 열어보면서 비로소 진짜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세 개는 안에 아주 평범한 합금 군인들이 든 상자가 여럿 있었다. 이 모든 게 ‘진짜’ 마법이었다는 것을 깁이 잊게 해 줄 정도로 만듦새가 좋았다. 네 번째 꾸러미에는 건강하고 식욕 좋고 성격 있는 살아있는 하얀 아기 고양이가 들어 있었다.

    나는 포장을 푸는 동안 잠시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굉장히 오랫동안 아이 방에 계속 얼쩡거렸다…

     

    모두 육 개월 전의 일이다. 이제 나는 드디어 모든 것이 괜찮다고 믿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아주 평범한 고양이의 마력을 가진 고양이었고, 군인들은 세상 어느 대령도 만족할 만큼 부동했다. 그리고 깁은…?

    현명한 부모라면 내가 아이에게 조심해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걸 알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조금 과감하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군인들이 살아 움직이면 어떻겠니, 깁, 살아서 스스로 행진하면?”

    “제 군인들은 이미 그러는걸요.” 깁이 말했다. “뚜껑을 열기 전에 한 마디만 하면 돼요.”

    “그러면 살아나서 행진을 한다고?”

    “오 물론이죠, 아빠. 그렇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았을 거예요.”

    나는 겉으로는 놀란 티를 내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군인들이 밖에 나와있을 때면 예고 없이 깁을 확인 하러 두어 번 들어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술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한 바는 없다.

    정말이지 분간하기가 너무 어렵다.

    또 하나는 지불의 문제다. 나는 돈 계산을 칼같이 해야 하는 성질의 사람이다. 나는 몇 번이나 리젠트 거리를 오가며 그 상점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내 몫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들은 깁의 이름과 주소를 알고 있으니, 이들의 정체가 무엇이든 간에, 돈을 받고 싶으면 알아서 계산서를 보내리라고 믿기로 했다.

     

     

    1. hansom. 말 한 필이 끄는 2인승 2륜 마차로 20세기 초까지 사용되었다. [본문으로]

    댓글

mong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