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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BR02B, 커트 보니것, 2BR02B, Kurt Vonnegut, 1962옮긴 글/2BR02B, 커트 보니것 2016. 9. 24. 06:54
*원문 링크 http://www.gutenberg.org/files/21279/21279-h/21279-h.htm
더할 나위 없는 세상이다.
감옥도, 빈민가도, 정신 병동도, 장애도, 가난도, 전쟁도 없다.
질병은 정복된 지 오래다. 노화 역시 마찬가지다.
사고사를 빼면, 죽음은 지원자들이나 떠나는 모험이 되었다.
미국의 인구는 4천만 영혼으로 유지된다.
어느 화창한 아침, 시카고 산부인과에서 에드워드 K. 웰링 주니어라는 이름의 남자가 부인의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자는 그가 유일했다. 이제 하루에 태어나는 생명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웰링은 쉰여섯 살이다. 평균 나이가 백이십구 세인 세상에서 젊은이에 속한다. 그는 엑스레이 검사로 부인이 곧 세 쌍둥이를 낳을걸 알고 있었다. 그의 첫 아이들이다.
젊은 웰링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의자에 쭈그려 앉았다. 매우 흐트러진 모습에, 워낙 창백하고 움직임이 없어서 눈에 띄지 않았다. 대기실 또한 정신없고 의기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그런 그의 모습은 주변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벽에 있던 의자와 재떨이는 치워 없었고 바닥에는 페인트가 묻은 천이 깔려 있었다.
방의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중이었다. 죽기로 자원한 어떤 남자를 위해 방을 추모 공간으로 꾸미고 있었다.
이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냉소적인 얼굴의 늙은 남자가, 사다리에 앉아 마음에 썩 들지 않는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사람들의 나이가 외모로 드러나던 시절에 그의 나이는 약 서른다섯 살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이미 그 정도로 노화가 된 후에 노화를 막는 치료법이 개발되었다.
작업 중인 벽화는 굉장히 말끔한 정원의 모습이다.
흰색 옷을 입은 남자와 여자들, 의사와 간호사들이 땅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구제를 하고, 비료를 주고 있다.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와 여자는 잡초를 뽑고, 늙고 병든 식물을 잘라내고, 나뭇잎을 긁어모으고, 쓰레기를 소각장에 가져가는 중이다.
이렇게나 이렇게나 이렇게나 잘 정돈되고 관리된 정원은 세상에 단 한 번도 (중세시대의 네덜란드나 고대의 일본에도) 존재한 적이 없다. 모든 식물이 필요한 만큼의 토양, 햇빛, 물, 공기와 영양분을 누리고 있다.
병원 관리인이 유행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복도를 걸어왔다.
“허니, 내 키스가 싫다면
난 이렇게 할 거야.
난 보랏빛 여인을 만나러 가서
이 슬픈 세상에 작별의 키스를 할 거야.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가 뭐야?
난 이 낡은 행성을 떠나
예쁜 아기에게 자리를 양보할 거야.”
관리인은 벽화와 화가를 보며 말했다.
“정말 진짜 같아요. 마치 정원 한 중간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드네요.”
“그림 안에 서 있는 게 아닌지 어떻게 알겠어요?” 화가가 말했다. 그는 비꼬는 미소를 지었다. “이 그림은 바로 <생명의 행복한 정원>인걸요.”
“히츠 선생님 정말 닮았네요.” 관리인이 말했다.
그는 흰 옷을 입은 남자 중 한 명을 가리켰다. 남자는 병원의 산과 의사장인 벤자민 히츠 선생의 초상화다. 히츠는 눈부시게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다.
“아직 채워야 할 얼굴이 많네요.” 관리인이 말했다. 벽화의 얼굴이 아직 대부분 비어있는 걸 보고 말하는 것이었다. 빈 얼굴은 병원이나 연방 종료부 시카고 지부의 주요 직원들의 초상화로 채울 예정이다.
“진짜 그림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좋겠어요.” 관리인이 말했다.
화가의 얼굴이 경멸로 굳어졌다.
“내가 이 따위 걸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했다.
“이런 게 내가 그린 생명의 모습일 것 같아요?”
“당신이 생각하는 생명의 모습이 어떤 건데요?” 관리인이 말했다.
화가는 바닥에 깔린 페인트가 묻어 더러운 천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좋은 그림 있네요. 저걸 액자에 거는 게 이 그림보다는 훨씬 진정성 있을 거요.”
“상당히 부정적이시군요?” 관리인이 말했다.
“그게 죕니까?” 화가가 말했다.
관리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할아버지, 여기가 싫으면요…”
그는 이어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걸도록 되어있는 암호와 같은 번호를 불렀다. 그는 번호의 제로(0)를 "낫 Not"이라고 발음했다.
번호는 다음과 같았다.
이는 멋진 별칭을 여럿 가진 한 기관의 전화번호다. 별칭은 “자동자판기", “버드랜드" , 2“통조림 공장", “고양이 화장실", “이 잡이", “쉽고 빠르게", “안녕히 계세요 엄마", “해피 훌리건", “작별의 키스", “러키 피에르" , 3“싸구려 술", “워링 믹서기" , 4“울지 마요 그대", 그리고 “뭐가 걱정이야?” 등이 있다.
그러니까 “투비오낫투비(To be or not to be)”는 연방 종료부의 가스실로 연결되는 직통번호다.
화가는 관리인을 무시하며 말했다.
“난 내가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면, <싸구려 술>에서 가진 않을 거요.”
“아 스스로하자 주의세요?” 관리인이 물었다. “지저분한 일이에요, 할아버지. 뒤처리 할 사람들 생각도 좀 해주지 그래요?”
화가는 저질스러운 손짓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고난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는 표현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말이야, 세상에는 지저분함이 좀 필요하다고.”
관리인은 웃더니 가던 길을 갔다.
대기 중인 아버지 웰링은 고개를 숙인 채 뭐라고 웅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침묵했다.
한 거칠고 험악한 여인이 뾰족한 힐을 신고 대기실로 들어섰다. 그의 신발, 스타킹, 트렌치코트, 가방과 모자까지 모두 화가가 “최후의 심판 날의 포도 색깔"이라고 부르는 보라색이었다.
그의 보라색 뮤젯 백에 달린 메달에 새겨진 연방 종료부 서비스 본부의 표식, 회전문 위에 앉은 독수리 문양이 보였다.
여인의 얼굴에는 털이 많았다. 콧수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가스실의 여성 직원들에 대한 특이한 점은 채용될 때 아무리 사랑스럽고 여성스럽던 사람들도 오 년 남짓만 지나면 모두 콧수염이 자란다는 것이다.
“제가 와야 할 곳이 여기가 맞나요?” 그는 화가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오셨는지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출산하러 오신 것은 아니죠?” 화가가 답했다.
“무슨 그림의 모델로 서 달라고 하던데요. 제 이름은 리오라 던컨이에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기다렸다.
“사람들을 저세상으로 ‘던'지는 일을 하죠" 화가가 말했다.
“뭐라고 하셨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가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군요. 천국이나 뭐 그런 곳 같아요.” 직원이 말했다.
“천국보다는 그런 곳에 가깝죠.” 화가가 말했다. 그는 작업복 주머니에서 명부를 꺼냈다.
“던컨, 던컨, 던컨.” 그가 명부를 훑으며 말했다.
“네, 여기 있네요. 불멸의 존재가 될 자격을 얻으셨어요. 여기 당신 얼굴을 그려 넣기 원하는 빈 몸 하나 골라 보실래요? 꽤 괜찮은 선택이 남아 있어요.”
그는 벽화를 스산하게 살펴보았다.
“글쎄요, 다 똑같아 보이는데요. 제가 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서요.”
“이 몸이 저 몸이고 저 몸이 이 몸이다?” 화가가 말했다.
“좋아요. 그럼 예술의 대가로서 여기 이 몸을 추천드리죠.”
그는 마른 풀줄기를 소각장으로 가지고 가는 얼굴 없는 여자를 가리켰다.
“글쎄요.” 리오라 던컨이 말했다.
“그건 처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쪽 같은데요, 안 그래요? 제 말은, 저는 서비스 쪽이라서요. 저는 처리 쪽 일은 안 해요.”
화가는 두 손을 맞잡고 과장된 기쁨을 연기했다.
“예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시더니, 바로 저보다 훨씬 많이 안다는 걸 보여주시네요! 물론 서비스 직원에게 곡식 다발을 든 자는 맞지 않죠! 잎을 다듬는 사람이나, 가지 치는 사람 쪽이 맞겠어요.”
그는 사과나무에서 죽은 가지를 잘라내고 있는 인물을 가리켰다.
“이 사람은 어때요? 마음에 드시나요?” 그가 말했다.
“세상에…” 던컨이 말했다.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태도가 겸손해졌다. “그러면… 그러면 제가 히츠 선생님 바로 옆에 있게 되는군요.”
“싫으신가요?” 화가가 말했다.
“세상에나, 그럴 리가요!” 그가 말했다. “그게… 그러니까 워낙 영광이라서요.”
“그를 존경하시는군요?” 화가가 말했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던컨은 히츠의 그림을 숭배하는 몸짓을 취하며 말했다. 그림은 그을린 백발의 전지전능한, 이백사십 살이 된 제우스의 초상이었다.
“존경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는 다시 말했다. “바로 시카고에 첫 가스실을 세운 장본인이에요.”
“영광스럽군요. 당신을 그의 옆에 영원히 박아두게 되어서요. 가지를 썰어내는 일은 당신 기준에 괜찮나요?” 화가가 말했다.
“그건 제가 하는 일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던컨 말했다. 이는 그의 일에 대한 지나치게 점잖은 표현이었다. 그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들을 죽여서 말이다.
리오라 던컨이 초상화 모델을 서는 동안 히츠 선생 본인이 대기실에 나타났다. 2미터가 넘는 장신에 유명세, 업적,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온몸에 두른 사람이다.
“아, 던컨 양! 던컨 양!” 그가 말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떠나는 곳이 아닌데요. 여기는 도착하는 곳이죠!”
“우리가 같은 그림에 나오게 되었어요.” 던컨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잘됐군요!” 히츠 선생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에, 참 멋진 그림 아닌가요?”
“선생님과 함께 나오게 되어서 정말 영광이에요.” 던컨이 말했다.
“제가 할 소리죠. 함께하게 되어 제가 영광입니다. 당신과 같은 여성들이 없었다면, 이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거예요.” 히츠는 대답했다.
그는 던컨을 향해 경례하고 출산실로 이어지는 문으로 다가갔다.
“방금 누가 태어났나 맞춰보세요.”
“모르겠는걸요.” 던컨이 말했다.
“세 쌍둥이예요!” 그가 말했다.
“세 쌍둥이!” 던컨은 외쳤다. 세 쌍둥이가 일으킬 법적 문제를 떠올리며 놀란 것이다.
법에 의하면 새로 태어난 아기는 부모가 대신 죽어줄 지원자를 찾지 못하면 생명을 잇지 못하게 되어 있다. 세 쌍둥이 모두가 살려면 세 명의 지원자를 찾아야 한다.
“부모가 지원자 세 명을 찾았나요?” 리오라 던컨이 물었다.
“제가 마지막으로 들은 바로는 한 명은 찾았고 나머지 둘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어요.” 히츠 선생이 답했다.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아요. 우리 쪽에 예약을 세 명으로 잡은 사람은 없었거든요. 오늘은 1인 예약만 있었어요. 제가 떠난 뒤에 누가 전화한 게 아니라면 말이죠. 이름이 어떻게 되죠?” 던컨이 물었다.
“웰링이요.” 대기하고 있던 아버지가 충혈된 눈으로 지저분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에드워드 K. 웰링 주니어가 바로 행복한 예비 아빠의 이름입니다.”
그는 오른손을 들고 벽을 바라보며 쉰 목소리로 비참한 웃음소리를 냈다.
“출석했습니다.”
“아, 웰링 씨, 거기 계신 걸 못 봤네요.” 히츠 선생이 말했다.
“투명 인간이죠" 웰링이 말했다.
“방금 세 쌍둥이가 태어났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모두 건강하답니다. 산모도요. 지금 보러 가는 길이에요.” 히츠 선생이 말했다.
“만세.” 웰링은 무감정하게 말했다.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군요.” 히츠 선생이 말했다.
“제 상황에서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웰링이 말했다.
그는 손동작으로 근심 없는 단순한 감정을 연기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세 쌍둥이 중 누가 살지 결정하고, 외할아버지를 <해피 훌리건>에 데려다 드린 다음에 영수증만 받아오면 되는 걸요.”
히츠 선생은 웰링에게 엄한 태도로 다가가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인구 조절에 반대하시나요, 웰링 씨?” 그가 말했다.
“아주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웰링이 긴장하며 말했다.
“지구의 인구가 20억을 찍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점점 늘어나서 40억이 되고, 80억이 되고, 나중에는 160억까지 늘어날 예정이던 그때로? 석과가 뭔지 아세요, 웰링 씨?” 히츠가 말했다.
“아니요.” 웰링은 우울한 목소리로 답했다.
"석과라는 건 말이죠 웰링 씨, 블랙베리의 작은 혹, 작은 과육 알갱이 하나를 일컫는 겁니다. 인구 조절 없이는, 사람들은 블랙베리의 석과들처럼 이 오래된 행성에 바글바글 댔을 거라고요! 생각을 해보세요!" 히츠 선생이 말했다.
웰링은 계속해서 벽의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츠 선생이 말을 이었다.
"2000년이 되던 해, 과학자들이 관여해서 법을 세우기 전에는 사람들이 마실 물조차 부족하고 먹을 것은 해초밖에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토끼들처럼 번식하기를 원했죠. 그러면서도 가능만 하다면, 영생의 권리를 주장했고요."
"저는 그 아이들을 원해요. 셋 전부 다 원해요." 웰링이 조용히 말했다.
"물론 그렇겠지요. 당연한 인간적 감정이에요." 히츠 선생이 말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죽지 않기를 바라고요." 웰링이 말했다.
"누구도 자신의 가까운 친척을 <고양이 화장실>로 데려가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하지는 않을 거예요." 닥터 히츠가 공감한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리오라 던컨이 말했다.
"네?" 닥터 히츠가 말했다.
"사람들이 <고양이 화장실>이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다른 말들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니까요."
"옳은 말씀입니다. 제 불찰이에요." 히츠 선생이 답했다. 그는 자신의 말을 바로잡으며,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도 쓰지 않는 시립 가스실의 공식 명칭을 사용했다.
"제가 제대로 <윤리적 자살실>이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게 훨씬 듣기 좋아요." 리오라 던컨이 말했다.
"웰링 씨, 당신의 아이, 어느 아이를 데려갈지 결정하든 간에." 히츠 선생이 말을 이었다.
"그 아이는 인구 조절 정책 덕분에 행복하고, 넓고, 깨끗하고, 풍요로운 행성에서 살게 될 거예요. 이 벽화의 정원 같은 곳에서 말이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두 세기 전 제가 젊은이었을 때는, 지구는 누구도 이십 년 이상 버틸 거라고 생각지 못한 지옥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몇 백 년간 이어온 평화와 풍요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미래까지 펼쳐질 거예요."
그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웰링이 총을 꺼내는 것을 보자 미소는 사그라졌다.
웰링은 히츠 선생을 쏘아 죽였다.
"이제 한 명의 자리가 생겼군. 그것도 아주 큰 자리가." 그가 말했다.
그리고는 리오라 던컨을 쏘았다.
"죽음일 뿐이잖아요." 그는 쓰러지는 던컨에게 말했다.
"됐어! 두 명 자리."
그리고는 그는 스스로를 쏘아, 세 아이 모두의 자리를 확보했다.
달려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도 총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화가는 사다리의 꼭대기에 앉아서 비극적인 장면을 멀찍이서 내려다보았다.
화가는 태어나기를 욕망하는 생명과, 태어나고 나서는 잉태를 하기 욕망하는 생명... 번식을 하고 최대한 오래 살고자 하는 생명에 대한 ( 그리고 영원히 지속되어야 할 작은 행성에서 그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슬픈 수수께끼에 대해 생각했다.
화가가 도출해낸 답은 모두 우울했다. <고양이 화장실>보다도, <해피 훌리건>보다도, <쉽고 빠르게> 보다도 우울했다. 그는 전쟁에 대해 생각했다. 전염병에 대해 생각했다. 기아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이 다시는 붓을 들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아래에 깔린 천에 붓이 떨어지도록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생명의 행복한 정원>에서 충분히 살았다는 결론에 이르자, 천천히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그는 스스로를 쏠 생각으로, 웰링의 총을 손에 들었다.
그러나 용기가 서지 않았다.
그러다가 구석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했다. 그는 다가가서 잘 외우고 있는 번호를 눌렀다.
"2 B R 0 2 B”
"연방 종료부입니다." 직원의 따뜻한 목소리가 말했다.
"가능한 예약 시간이 언제죠?" 그는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마 오늘 오후에 껴 넣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선생님." 직원이 답했다. "취소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 이를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예약 부탁드릴게요" 화가가 말했다. 그리고 철자를 읊어 이름을 알려주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직원이 말했다.
"도시가 당신께 감사합니다. 국가가 당신께 감사합니다. 우리 행성이 당신께 감사합니다. 하지만 가장 깊은 감사는 미래 세대들이 표하는 것입니다."
- 0을 낫이라고 발음 했을 때 이 번호는 ‘투 비 알 낫 투 비’라고 발음된다. 이는 To be or not to be와 유사한 발음으로, 햄릿의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원문. [본문으로]
- Birdland. 유명 재즈 클럽의 이름. 나중에 동명의 재즈 곡과 밴드가 나오기도 했다. [본문으로]
- The Adventures of Lucky Pierre(1961)라는 60년대에 유행하던 포르노의 한 장르인 누드-큐티 영화에 나온 주인공. [본문으로]
- Waring Blender. 1930년대부터 판매된 인기 믹서기 브랜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