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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필립 K. 딕, The Gun, Philip K. Dick, 1952옮긴 글/총, 필립 K. 딕 2018. 4. 11. 11:55
*원문링크: http://www.gutenberg.org/etext/29132 기장은 망원경의 렌즈를 들여다보았다. 그의 손이 빠르게 초점을 맞췄다. “우리가 본 게 원자폭탄이 맞았어.” 그는 이렇게 말하고 한숨을 쉬며 렌즈를 밀어냈다. “보고 싶은 사람은 한 번 봐봐.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나도 한 번 보자.” 고고학자 탠스가 말했다. 그는 눈을 찌푸리며 몸을 굽혀 망원경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에!” 그는 격하게 놀라 뒤로 물러나다가 1등 항해사 돌레에게 부딪혔다. “그럼 우리는 뭣하러 이렇게 멀리까지 온 거지?” 돌레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착륙할 필요도 없겠어. 바로 돌아가자.” “그 말이 맞는지도 몰라.” 생물학자는 혼자 중얼거렸다. “하지만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그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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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봉봉, 라이먼 프랭크 바움, The Magic Bon Bons, Lyman Frank Baum, 1901옮긴 글/마법의 봉봉, 라이먼 프랭크 바움 2017. 7. 18. 16:39
*원문링크: https://www.gutenberg.org/files/4357/4357-h/4357-h.htm#bonbons 보스턴에 도스 박사라는 지긋한 나이의 이치 밝은 화학자가 있었는데, 부업으로 마법을 부리는 일도 했다. 클래리벨 서즈라는 이름의 젊은 여자도 보스턴에 살고 있었는데, 많은 부에 비해 적은 재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르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가진 사람이었다. 클래리벨은 도스 박사를 찾아가 말했다. “저는 노래나 춤을 못해요. 시 낭송이나 피아노 연주에도 재능이 없고요. 곡예나 높이 뛰기, 높이 차기도 할 줄 몰라요. 하지만 저는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그런 능력을 얻기 위해 돈을 낼 의향도 있습니까?” 이치 밝은 화학자가 물었다. “물론이죠.” 클래리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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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는 사람들, 헨리 버너, The Nice People, Henry Cuyler Bunner, 1890옮긴 글/품위 있는 사람들, 헨리 버너 2017. 6. 1. 17:51
*원문 링크: http://www.classicreader.com/book/2895/1/ “뭐 품위 있는 사람들이긴 하네.” 나는 아내의 말에 동의하며, 내 말투가 ‘품위’ 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의식했다. “애 셋도 남들보다 훨씬 잘 키웠겠어” “애 둘” 아내가 내 말을 정정했다. “남편이 셋이라고 했어.” “부인은 둘이라고 했어, 여보” “셋이랬는데.” “그 새 잊어버린 거지. 부인이 분명히 둘이라고 했어, 아들 하나 딸 하나.” “음, 나는 그런 자세한 얘기까지는 안 했는데.” “그러니까 여보, 그분 말을 잘 못 알아들은 거겠지. 애 둘.” “그런가 보다.” 나는 속으로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대답했다. 근시들이 멀리 얼굴이 안 보이는 사람을 알아보는 방안을 강구해내듯, 기억력이 안 좋으면 집중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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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오다, 우디 앨런, Death Knocks, Woody Allen, 1967옮긴 글/죽음이 오다, 우디 앨런 2017. 1. 15. 15:30
*링크: http://downwithtyranny.blogspot.kr/2003/08/892011-woody-allen-tonight-part-1-of.html (연극의 무대는 큐 가든 지역에 위치한 냇 애커맨의 이층 집 안방이다. 바닥 전체에 카펫이 깔린 집이다. 큰 더블침대와 거대한 화장대가 보인다. 방은 화려한 가구와 커튼으로 꾸며져 있고, 벽에는 여러 점의 그림과 그다지 멋스럽지 않은 기압계가 걸려 있다. 무대가 오르며 부드러운 테마가 깔린다. 대머리에 배가 볼록 나온 57세 재봉사인 냇 애커맨은 침대에 누워 내일 발간될 를 마저 읽고 있다. 목욕가운과 실내용 슬리퍼 차림으로 흰색 침대 헤드보드에 고정된 조명 아래에서 신문을 읽는 중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다. 갑자기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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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회색, 안드레 노튼, All Cats Are Gray, Andre Alice Norton, 1953옮긴 글/고양이는 회색, 안드레 노튼 2016. 12. 16. 15:43
*원문 링크: http://www.gutenberg.org/files/29019/29019-h/29019-h.htm 일반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 비해 없는 사람이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깊은 우주에서는 입장이 뒤바뀔 때가 있다. 적어도 인간에게는 말이다. "우주의 방랑자 스티나." 우주 잡지 표제 기사 제목 같은, 참으로 진부한 문구다. 그런 기사를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한 경험이 있으므로, 나름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지만 스티나는 그런 기사에 소개될만한 화려한 배경의 여성이 아니었다. 오히려 달만큼이나 무색무취한 사람이었다. 망으로 감싸 머리에 딱 붙인 스타일을 고수하는 머리카락마저도 회색빛이었고 모양 없는 펑퍼짐한 회색 우주복 말고 다른 옷을 입은 것을 본 적도 없었다. 스티나는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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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안의 진실, 제임스 맥키미 주니어, The Eyes Have It, James McKimmey Jr., 1953옮긴 글/눈 안의 진실, 제임스 맥키미 주니어 2016. 11. 16. 10:40
*링크: http://archive.org/stream/theeyeshaveit30438gut/30438.txt 조세프 하이델은 시가에서 짙게 피어오르는 연기로 시선을 가린 채, 테이블에 둘러앉은 다섯 남자를 천천히 뜯어보았다. 큰 덩치의 남자로, 숱이 빽빽한 반-회색 반-금발의 머리는 짧게 깎은 반삭발이었다. 세 달 후면 쉰두 살이 되지만 얼굴과 몸은 그보다 열다섯 살은 더 젊어 보였다. 그는 점령된 행성인 화성의 가장 높은 자리, 최고위원회의 대통령으로 화성에서 거주한 6년 중 4년을 보직했다. 그는 한 명 한 명 얼굴을 살피며 무의식적으로 테이블을 두드려 작은 드럼 롤 같은 소리를 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지구에서 고르고 시험을 거쳐 선발한 화성 정부의 핵심을 이루는 다섯 명의 최고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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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의 철학자, 안소니 호프, The Philosopher in the Orchard, Anthony Hope옮긴 글/과수원의 철학자, 안소니 호프 2016. 11. 6. 20:40
*원문 링크: http://www.online-literature.com/anthony-hope/3874/ *소설이 쓰인 정확한 연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안소니 호프는 Sir Anthony Hope Hawkes의 필명으로 1863년에 출생해 1933년에 사망하였습니다. 따뜻하고 온화한, 기분 좋은 날이었다. 과수원 너머로 햇살이 드넓게 비추었고 그늘 밑은 선선했다. 옅은 바람이 불어와 철학자가 기대앉은 나이 든 사과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철학자는 이러한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바람이 무릎 위 두꺼운 책의 페이지를 넘겨버려서 읽던 곳을 다시 찾을 때나 비로소 날씨 따위를 알아챌 것이다. 그러면 바람에 대고 항의하며, 페이지를 찾을 때까지 훑다가 다시 글에 몰입할 것이다. 책은 존재론에 관한 논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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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곳으로의 여행, 커트 보니것, The Big Trip Up Yonder, Kurt Vonnegut, 1954옮긴 글/머나먼 곳으로의 여행, 커트 보니것 2016. 10. 14. 14:43
*원문 링크: http://www.gutenberg.org/ebooks/30240?msg=welcome_stranger 포드 할아버지는 지팡이의 구부러진 끝에 손을 올리고 그 손 위에 턱을 괸 채, 방 안을 가득 채운 1.5미터 크기의 텔레비전 화면을 성난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화면에는 뉴스 아나운서가 오늘의 사건 사고를 보도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30초마다 지팡이를 바닥에 쿵 찍으며, "망할, 백 년 전에 이미 다 한 거라고!"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에메랄드와 루는 서기 2185년에는 사라져 버린 가치인 사생활을 찾아 잠시 발코니로 피했다가 돌아와 가장 뒷줄에 가서 앉았다. 둘 앞으로는 루의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형수,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손주며느리, 손녀와 손주 사위, 증손자와 증손주 며느리,..